김화연
앙다문 일들이
얇은 틈을 만들었다
종잇장 하나 정도의 틈이지만
입맛의 부정교합 원인이 된다고 한다
한 끼의 식사가 알고 보면 얼마나 딱딱하고
거친 과정인지, 굴욕과 연명은 또 어떤 상존인지
치아들은 알고 있다
세상에 내 입과 치아에
딱 맞는 음식들과 입맛들은 없다.
익숙해지는 것이 입맛이고
딱딱하고 어눌한 부위를 더듬듯
치아들은 조금씩 닮아간다
씹고 또 씹은 매 끼니가 닳게 한
미세한 틈으로 밥을 벌었던 일들과
앙다물었던 일들이 지나오고 지나갔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안면(顔面)의 틈으로
보고 듣고 먹고 또 울고 웃는다
그나마 이 정도의 틈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엄살을 부렸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거칠었던 표현들과
냉정했던 말들이 한결 어눌해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의 일들치고 부정교합 아닌 것 없다
일생을 물어뜯으면서도 그만한 틈만 생겼다는
틈을 엿보는 바람과 술렁이는 숲
흔들리는 나무들도 어딘가 헐렁한 곳이 있어
하나로 묶여 불고 흔들리고 수런거리는 것이다
틈은 숨결이다
숨을 쉬기 위해 숨겨놓고 있는 곳이다
날숨과 들숨 사이가 일정한 간격인 것도
다 그 때문이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발표지원선정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