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SUN May 21. 2023

겁 많고 불안한 아이

그때는 뭐가 그리 무서웠던 거니?

지금은 고1인  아들은 혼자 있는걸 극도로 무서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7~8살까지 2년 정도였어요.

한시도 혼자 있지 못하고 2살 터울인 동생이 있는데 둘이 있는 것도 무서워했습니다.


물론 그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오래 자리를 비울 일은 없었지만 잠깐 쓰레기 버리는 것도 안되었고, 화장실도 문 닫고 들어가지 못했어요.


한 번은 대로가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바로 앞 약국에 두통약을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엄마, 이 문 바로 앞에서 약만 받아서 계산하고 올 거야. 잠깐만 기다려, 다 보이니까~"

하고 들어갔는데 정말 2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동생도 두고 혼자 차 밖으로 나와서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대로변에서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불안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걱정도 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당연히 그런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혼자 집에 있어도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었죠.


"전에 어렸을 때는 왜 그랬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울었어?"


본인도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무서웠어. 혼자 서 있으면 땅이 꺼질 것 같고.., 티브이도 무너질 것 같고, 차 안에 있으면 다른 차가 와서 부딪힐 것 같고... 엄마랑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말도 해주고, 정말 위험하면 엄마가 도와줄 텐데 그때는 땅이 그냥 꺼지지 않는다는 걸 몰랐지. ㅎㅎㅎ"



아...

지금 성인이 그런 공포를 느꼈다면 공황장애 같은 공포였겠구나.


그때는 몰랐던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느꼈을 불편함과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었겠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많이 안아주고 안심시켜주고 싶다...' 하고요.


그맘때 아이들은 아직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것도 확실하지가 않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안전교육이라며 불이나고 도둑이 오고 아이들을 납치해 가는 상황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물론 꼭 필요한 교육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혼란과 공포를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혹시 너무 무서움을 많이 타고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런 상황들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른들이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주겠다고 안심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안아주시고요.


예전 생각에 한번 웃어봅니다.

빨리 커버리는 아이들이 점점 더 듬직해지고 좋기도 하지만

또 그 어릴 적 귀욤귀욤 하던 아이들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때 그 시절 장난꾸러기들 사진을 보며 좋은 기억들로 한 번 더 웃어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