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보내 드릴 때.
남겨진 사람들의 추억 소환
회사에서 하는 교육을 받으러 갔던 남편이 술에 취해 엉엉 울며 집으로 왔다.
이렇게 술에 취하기 전 남편과의 통화에서 지인이 영면하셨다는 말을 들은 터라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남편은 지금 회사에 입사 한 지 20년이 넘었다.
입사 초부터 남편을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오늘 그분의 부고를 받은 것이다.
우리 결혼도 축하해 주셨고 올봄에 만났을 때는 큰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말에 용돈도 챙겨주셨다고 했다.
남편과는 회사에서 가는 조합원 연수 때 금강산 여행도 함께 가고 싱가포르도 함께 다녀왔다.
암으로 고생하고 계시다며 걱정하던 남편이었는데..
이렇게 훌쩍 가버리시려 큰아이 용돈까지 챙겨주셨나 싶어 남편은 마음이 더 아픈가 보다.
내 보기에 남편을 아끼는 마음에 뭐라도 해주시고 싶지 않았나 싶다. 건강을 자신할 수 없었을 때라 또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을 것 같다.
남편은 집에 와서 과거 기억들을 하나 둘 소환해 남편과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들려주었다.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다정한 남편분과 함께 사셨다.
젊어서 아이를 낳고 많이 아프셨던 때가 있으셨다는데 그 수발도 다 들며 아내를 아끼셨다고 했다.
그렇게 아끼셨던 할머니를 먼저 보낸 할아버지는 또 어쩌나 싶어 내 마음도 덩달아 울컥한다.
내가 나이가 들 수록 먼저 가는 사람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힘듬에 공감하게 된다.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무책임한 공감보다는 내게는 막연한 두려움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