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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SUN Jun 22. 2023

평범한 아침생일상

저녁엔 특별한 거 먹으러 갑시다

처음 임신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전에 아이는 내 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아이.

입덧은 대단했다.

먹는 건 뭐든 다 토했다.

남들은 안정기가 되면 입덧도 괜찮아진다는데 나는 꼬박 8개월까지 다 토했던 것 같다.

인생 최고 몸무게에 찾아온 아이였는데 아이가 커 갈수록 나는 말라갔다.

6개월쯤 의사 선생님이 힘들어서 어쩌냐 물어주셨을 때는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배는 작고 양수도 적어서 인지 아이는 6개월에 앉은 자세에서 만삭 때까지 한 번을 돌지 못하고 제왕절개로 나와야 했다.


수술 날짜는 보통 예정일보다 1~2주 정도 빨리 잡는데 그렇지 않으면 진통이 먼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남편 생일로 예정일을 잡았다.

서로 잊어버릴 일 없는 기념일이 될 수 있도록.


하반신 마취를 하는데 온몸에 감각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마취가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수면 마취가 시작되고 잠시 잠이 들었었나 보다.

극심한 통증에 소리를 질렀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이를 꺼낸 직후였다고 했다.

나는 각성했고 의료진은 당황했다.

수면마취를 다시 시도했다지만 이미 통증에 힘든 나는 바로 잠들지 못하고 신음했다.

그 상태로 자궁과 복벽을 꿰매었으니 잠들지 못하는 게 당연할 터였다.

울고불고하다가 다 꿰매고 나서야 지쳐 잠이 들었고 한참 후에야 다시 고통 속에서 잠에서 깨어났다.

수술실 밖에서 친정엄마는 그 울음소리로 나라는 걸 알아채셨다는데 남편은 아니라고 했단다.

나의 그런 울음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었었다지만 우리 엄마는 그래도 내 고통을 알아채셨다.


아이는 건강하지만 인큐베이터를 간신히 면할 몸무게로 태어났다.

아이는 어디 하나 쭈글쭈글하지 않은 얼굴로 똘망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보고 싶었고 얼마나 애틋하고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할 길이 없어서 눈물만 흘렸다.


남들 다 하는 임신,

남들 다 하는 육아라지만 아이도 엄마도 다 다르다.

그래서 내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게 내 인생에 가장 힘들지만 소중했던 시간을 거쳐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이제 막 사춘기를 끝내가고  있지만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며 가끔은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이가 오늘 16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상을 차리려 평소보다 일찍 주방에 들어왔는데 아이방에서 알람소리가 들렸다.

시험기간이라 늦게 잠든 아이를 더 재우려 알람을 껐는데 아이가 잠결에 안아달라 팔을 벌렸다.

성인처럼 다 커버린 몸뚱이를 하고 아직도 아이처럼 엄마품을 찾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언제까지 내 품 안에 자식일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맘껏 즐기고 깔끔하게 패스하리라 다짐해 본다.


매일 먹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더 기름지다.

저녁에 더 맛있는거 먹기로 하고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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