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잔소리로 듣지 않는 사람
우리 집에서 체격이 제일 좋은 아이는 어딘지 모를 불편한 자세를 하고 발톱깎이로 발톱의 틈새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작은 손톱깎이로 자르는 게 더 잘 될 것 같은데?"
"아, 그럴 것 같아요!"
웃는 얼굴로 일어나 도구를 바꾸고는 또 열심히 하던 일을 마저 끝낸다.
"발톱이 정말 커요."
휴지로 똘똘 뭉쳐 휴지통에 버리는 아이에게
"샤워 다 했어도 손이랑 발이랑 비누로 다시 씻으면 좋겠다."
했더니 군소리 없이
"네."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한마디,
"고마워."
아이는 웃으며 씻으러 들어갔다.
나는 뭐가 고마웠을까?
이제는 혼자서도 손발톱을 잘 자르게 된 것이 고마운 걸까?
손발톱 자르고 씻는 거?
아니면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거?
아니다. 내 말을 잔소리로 듣지 않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잔소리 1 :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잔소리 2 :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언젠가부터 내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하는 많은 일상언어들이 잔소리가 되어있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나의 말투의 문제였을까?
지나친 관심이 문제였을까?
내 눈에 보이는 불필요한 행동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고
한다고 해도 내가 다시 해야 할 잘못된 행동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위험해!' 라거나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였겠지.
아직 어린아이 일 때는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이들이 크고 본인 주장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잔소리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웃고 떠들고 농담을 던지고 칭찬을 하는 듣기 좋은 말은 대화가 되고
뭔가 교정을 하고 부탁을 하고 당부를 하는 말들은 잔소리가 되었다.
가끔은 '나는 말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람들은 대게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 상대방이 좋아할 행동을 한다. (싫은 사람 앞에서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리고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대해주길 바랄 것이다.
내가 하는 많은 행동과 언어들은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행동해 줬으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순간 '내가 우리 가족에게 관심받는 존재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허탈함이 밀려온다.
나의 모든 촉 들은 가족 하나하나에 꽂혀 있어서 그들의 말투, 말, 눈빛에 반응하는데 말이다.
그런 것들이 슬슬 부담스러운 잔소리로 받아들여진다면
나도 변화가 필요한 때 인가보다.
일단 말을 좀 줄여보자.
그리고 나의 기분, 나의 일상에 더 집중해 봐야겠다.
'너희는 너희하고 싶은 거 해. 나도 그럴게'
반항이나 서운함의 표현이 아니다.
이제 스스로를 책임져 갈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봐 주고 지천명이 가까워 오는 남편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