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기 전에는 백 프로 깨닫지 못했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좋은 건지 말이다.
30대가 시작되고, 그 나이가 되면 주위에 하나둘씩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나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결혼할 때가 됐다고 말이다. 20~30대에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건 생물학적으로 가장 건강한 출산이 가능한 나이이기 때문인 것도 크다고 생각한다. 가장 젊고 아름다울 시기라 이성적인 매력이 클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건 평생 함께 살아갈 가족을 만드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결혼할 나이에 만난 사람과 어느 정도 맞으면 결혼할 것이 아니라 나와 얼마나 잘 맞고 통하는 사람인가를 겪어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연애할 때는 몰랐던 부분을 결혼하고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건 여행 몇 번 간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진짜 살아보지 않는 이상 알아볼 도리가 거의 없다.
한 가지 조금 설득력 있는 말이 있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그 사람의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보라는 얘기였다. 남자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가고, 여자의 경우 자신의 어머니를 닮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부모님의 진짜 성격과 말투, 평소 모습, 어린 시절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셨는지, 술을 좋아하시는지, 폭력성이 있으신지, 바람기가 있으신지 이런 것들을 미리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자식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중요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본다.
1. 언짢은 마음 없이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사람인가.
2. 내가 힘들 때 위로와 공감을 잘해주는 사람인가.
3. 배려있는 사람인가(인성이 바른 사람)
4. 싸울 때 대화로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5. 위기 상황에서 잠수 타거나 회피하지 않는 사람인가
6. 이성적인 끌림이 있는 사람인가
7. 좋아하는 공통 관심사가 하나라도 있는가
8. 부모님이 바른 인격을 가진 분이신가
9. 같이 있을 때 편안하거나 재미있는가
10. 내가 가진 게 없어도, 내가 살찌고 잘생기지 않아도 나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을 사람인가
11. 바람기가 없는가
12. 이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이 드는가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의 친구는 이런 얘길 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단점이 내가 참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게 된다면 결혼해도 될 것 같다고 말이다.
결혼은 참 힘들다. 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하고 나서도 힘들다. 잘 맞춰가며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안 맞으면 이혼을 한다. 그런데 그 이혼은 결혼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제도에 가끔 회의적이다. 간혹 너무 잘 맞는 부부도 있겠지만, 대개는 힘든 부분을 참고 맞추며 사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것에 조금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결혼의 모든 부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내가 결혼을 했고, 이런 저런 일들을 다 겪었지만 잘 살아가고 있으니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미혼남녀가 있다면 함께 있을 때 되도록 많은 날이 행복할 수 있을 배우자를 꼭 만나시길 바란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혼자인 것보다 둘인 것이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