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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Apr 26. 2024

단조로운 시간 속

24.04.16. 그리워하며

 시골에서의 생활은 단조롭다. 나는 그 단조로움 사이에서 늘 비슷한 생각을 한다. 오늘은 피아노를 칠까, 친구들은 카톡 답장이 와 있을까, 늘 생각하는 것들은 잘 있을까. 나에게는 그것이 예를 들면 내 악기 같은 것이다.

 대금은 오래 불지 않으면 악기가 막혀서 소리가 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래 악기를 불 수 없을 때마다 악기 생각을 한다. 지난번에 잠시 입원했을 때도 의사 선생님께 악기를 불러 가야 한다며 퇴원을 시켜달라고 생떼를 쓴 적도 있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우습다.

 단조로운 생활 속에는 쉽게 걱정이나 절망이 찾아든다. 오늘은 이삿짐을 다 풀지도 못하고 몸살이 난 내 상황이 속상해서 오후 늦게 일어나 괴로워했다.

 아침을 먹고 오후 4시쯤 일어나서 씻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저녁 늦게 이 글을 쓴다. 문득 지난여름에 임파선염으로 오래 앓아누웠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대구에서 혼자 지낼 때라 지켜오던 생활 루틴이 몸이 오래 아프니 그대로 무너졌었다. 그래서 나름 혼자 지켰던 것들이 있다.

1.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자더라도 간단히 세안을 하고 양치할 것.
2.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12시 전에 일어날 것.
3. 하루에 한 번 꼭 씻을 것.
4. 하루 두 끼는 꼭 챙겨 먹을 것.
5. 자기 전 독서는 반드시 할 것.

 이렇게 다섯 가지 일을 꼭 지켰는데 하루는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왜 그렇게 까지 했던 거야? 몸이 아프면 쉬어야 하잖아" 라며 의아해했었다.

 그때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더 서러웠던 때라 나는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너무 심하게 오래 아팠어서 더 간절히 마음을 붙잡고 싶었다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저렇게 붙잡았던 삶도 있었다. 그 삶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반갑고 기쁘다.

 그때 제일 절망했던 사실은 연습실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버스로 40분쯤 가면 도착하는 연습실은 내게 너무 멀게 느껴져서, 한 달이 넘게 그곳에 가지 못했다.

 임파선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까지도 계속 몸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2학기 복학하고 학교에 다닐 때도 낫지 않아서 엄마가 학교 다니는 동안 집안일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렇듯이 나는 괴로우면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시든 글이든, 간단한 일기든 무엇이든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때는 새벽에 일어나 괴로운 것에 대한 글을 많이 썼었다. 그리고 지금 지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던 조용하고 괴로웠던 생활이 문득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엇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괴로웠고, 그리운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도 적절치 않은 몸 상태에 절망하면서 글을 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괴로우면 내 악기들을 먼저 떠올린다.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하며 하루는 몸이 조금 괜찮기에 연습실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의 기록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 글을 지금은 지웠다. 나중에 읽어보니 너무 슬픈 이야기라 급하게 블로그에서 지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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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정도 몸이면 며칠만 기다리면 일어나 다시 악기를 불 수 있다. 풀어야 할 이삿짐이 아직 많지만, 힘을 내면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거다. 누구나 이렇게 늘 그리운 게 하나씩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굳이 내가 아팠을 때와 제일 단조로운 지금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누구나 시간이 비고 혼자 남게 되면 그리워할 사람이나, 기억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내 악기 같은 것들이 있을 법해서 기록을 남긴다.

 꼭 집으로 돌아가듯이 생각이 그쪽으로 흐른다. 간절한 듯 그리 사무치지는 않으면서 늘 마음속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남지 않고 반드시 그쪽으로 향할 수 있다면 삶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푹 쉬고 얼른 나아서 다시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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