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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Apr 19. 2024

활짝 피었던 꽃에게

24.04.11. 조용한 밤

 예전에 살던 집에서 키웠던 꽃이 있다. 붉은색 별 모양 을 닮은 꽃이 있는 작고 하얀 화분이었는데, 나는 그 꽃을 아주 좋아해서 책상에 두고 빤히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집을 잠시 비우기 전에는 그 꽃을 햇살이 닿는 곳에 두려 작은 상을 펴 침대 위에 두고 외출하곤 했다.

 지금 드라이브를 찾아봐도 그 꽃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어리게 생긴 꽃이었다. 학교 앞 꽃집에서 보고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반해서 사 왔는데, 그 꽃은 내게 약 한 달간의 시간을 내어주고는 시들어버렸다. 그리고 내 꽃 친구 찾기 시간이 이후에 있었다.
 


 그 꽃이 시들고는 자취방에 돌아오면 눈으로 찾을 대상이 없어서 허전해하다, 다시 꽃집에 가서는 작은 수국을 사 왔었다. 그리고 그 꽃은 일주일도 안 돼서 말라죽었다. 그리고 다시 꽃 여러 개를 시들게 한 뒤에야 꽃 키우기를 포기했다. 혼자 자취방에 앉아 어떻게 하면 꽃을 더 오래 두고 볼까 고민했던 시간은 지금 생각하니 좀 웃기다. 그 뒤로 친구들은 내게 뭔가 선물할 일이 있으면 꽃이나 작은 수중 식물을 선물했고, 나는 첫 번째 꽃을 기억하며 조금은 아픈 마음으로 꽃을 받아 키웠다.

 꽃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혼자 좋아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아쉬움 없이 사랑하고 보내주었다. 사랑은 그렇게 하는 거라고 꽃들이 가르쳐주고 간 것만 같다. 타지에서 대학에 다니면서 꽤 외롭고 힘든 날도 많았는데 그 꽃들로 마음을 잠시 채우고 살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며 방법을 찾은 날들이었다.

 나름대로의 낭만을 찾아 곱씹어본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이 몇몇 더 있는데, 화분 키우기는 내게 혼자서 활짝 핀 꽃을 빤히 바라보다 내가 아닌 것에 마음을 내어주던 경험 중의 하나였다. 그 붉은 꽃이 아직도 그립다. 내 꽃 키우기의 첫 번째 주자였는데, 지금은 사진도 남아있지 않지만 내 마음속에는 시디를 가득 모아 놓은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흰 화분이 아직도 선명히 그려진다. 이제 꽃이 가득 피었다. 집 앞에도, 거리에도, 벚꽃이 가득 피었다 지고 있다.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나는 이십 대 후반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고 있다.

 낭만 찾기는 이십 대든 삼십 대든 계속해볼 생각이지만 지나버린 낭만은 늘 곱씹어지는 모양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깊어간다. 내 마음속에 남은 꽃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물어 그리움으로, 혹은 따스함으로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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