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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Nov 05. 2023

만자니타 유목 불법주차의 범인은?



어느 날 새벽, 문득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꿈을 꾼 걸까? 어항 속 작은 물고기 하스타투스가 꿈속에 등장했다.  


“파도님 ~ 밤마다 우리 집 주차장에 누가 불법주차를 해요. 무서워 죽겠어요 T.T”


가장 작고 귀여운 하스타투스를 누군가 괴롭히고 있다니,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야근과 새벽 기상으로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주차단속’의 사명을 받았기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새벽 거실은 동굴처럼 습하고 차가웠다. 어항 여과기의 물방울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안방에서 거실 어항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범인이 누굴까? 생각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


첫 번째 용의자로  ‘코리도라스 CF버게시’  일명 씨엡이라고 불리는 놈을 지목했다. 남아메리카 대륙, 리오 네그로(Negro)강 상류의 침엽수림에서 서식하는 코리도라스 CF버게시는 판다처럼 생긴 눈매와 귀여운 입모양으로 초절정 귀여움을 대표하는 물고기다.



귀여운 친구지만 너무도 겁이 너무 많다. 동고동락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얼굴을 까먹을 정도다. 씨엡이는 주로  모두 다 잠이 든 밤에 활동한다.  


밤에 몰래 씨엡이가 '불법주차'를 했을까?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만자니타 유목 주차장은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나보다 육중한 몸은 올라갈 수가 없으리라.


두 번째 용의자는 물달팽이다. 최근에 폭발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무서운 놈들이다. 그들은 무한 번식 에너지로 척박한 우리 집 어항의 ‘다산의 상징’이 되었다.



인해전술로 그들은 충분히 ‘만자니타 주차장’을 점령하고도 남을 놈들이다. 무엇보다 징그러운 안테나를 하늘로 향하며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다.


이건  ‘주차단속’을 교묘히 피하기 위한 최첨단 디바이스가 분명하다. '단속 떴다! 빨리 피해!' 라고 외치고 있는 게 아닐까?


세 번째 용의자 인디언복어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물달팽이인데, 요즘 물달팽이가 많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외모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귀여움을  대표하는 선수다. 앙증맞은 볼살,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작은 꼬리를 살랑거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귀여운 친구가 ‘불법주차의 범인’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드디어 거실 어항 앞에 도착했다.


도둑이 집안을 탐색하는 것처럼, 슬금슬금 어항 앞으로 다가갔다.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발밑만 비추고 천천히 다가갔다.


범인이 혹시 눈치채서 도망가면 안 된다. 현장 체포를 해야 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말을 안 할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했다.


살짝 핸드폰의 플래시를 들어, 어항 앞쪽 만자니타 유목 주차장을 천천히 비췄다. 예상대로, 그곳은 원래 주인인 ' 하스타투스' 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아 귀여워라~”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설마 귀여운 하스타투스가 나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걸까?”


앗! 이때, 저 멀리 만자니타 유목 왼쪽 뒤편에서 이상하고 거대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범인일까?


엥 넌 누구냐?


엥? 두꺼비? 어항에 두꺼비가 산다고? 어 넌 누구냐? 누구지? 난 너와 함께 산 적이 없단다… 숨 막히는 뒤태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분명히 두꺼비인데…아아아…



인디언복어였다. 범인은 인디언복어였다. 귀엽고도 앙증맞은 인복이가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걸까? 배 터지면 어떡하나. 너무 드셨다. 다이어트는 나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그 높은 만자니타 유목에 올라가 미동도 없이 죽은 듯이 매달려 있을 수 있었던 걸까? 이 엄청난 인내력과 끈기는 정말 배워야 한다. 그건 그렇고 난 인복이를 취조실로 불렀다.


“너 왜 하스타투스 주차장에 불법주차를 했어? 말해 어서! 말하라고!” 인복이는 아무 말 못 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했어요. 주차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그만, 하스타투스 거주자 주차공간에 잠시 만 있자 하고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어요. 어제 야근을 해서 너무 지쳐있었거든요…”


작고 귀여운 눈망울에는 금세 눈물이 흘러내렸다. ( 아~ 나는 약하다. 특히 눈물에 약한 남자가 바로 나란 말이다. )


인복이의 취조를 마치고 하스타투스와 인복이를 불렀다. 나는 인복이가 초범이고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합의를 요청했고, 다행히 그들은 합의를 했다.


인복이는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 인복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먹고살려고 힘든 건 너나 나나 같구나... 그래 약속하마! 책 팔아서 내년에 주차장(유목)을 꼭 증축해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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