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물꼬기 Nov 12. 2023

나는 글을 쓸 테니 너는 그림을 그려라!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는 나랑 MBTI가 같다. 우리 둘 다 'ISFJ' 라니.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딸아이를 더 잘 알고 싶어 찾아봤다. 

네이버님의 설명에 따르면 ‘ISFJ는 내향적이고 구체적이며  사실적인 정보 선호한다. 또한 인간적이고 주관적인 가치를 중시하며 목표 지향적이고 체계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놀라웠다. 점쟁이가 따로 없었다. 

딸아이는 작은 나의 모습이었다. 가족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들에게 관심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실 딸아이는 어릴 적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무척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힘들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10년간  나에게는 딸린 식구(물고기) 가 참 많았었다. 당시 대화가 생각난다. 

" 딸 ~ 강아지는 다음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키워보자. 아빠가 약속할게. " 

"강아지도 귀엽지만 니모도 귀여워, 봐봐"

“니모가 널 보고 웃고 있어~ 잘 봐봐”

“정말? 어 그러고 보니 웃는 얼굴이네. 신기신기”

“아빠가 밥 주면 졸졸졸 따라오고. 신기해”

“그럼~ 이 친구들도 다 알아 ~ 누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그 후 딸아이는 학교 가기 전 니모들과 인사를 했고, 밥을 줬다.  그렇게  딸아이도 물고기들과 점점 친해졌다. 


너는 그림을 그려라!


어느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어항 옆 소파에 앉았다. 딸아이와 함께 물고기들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딸 ~ 아빠가 물고기 이야기책을 한번 써볼까 하는데? 어때? ”

“책? 아빠가 책? 아빠가 무슨 책을 써,  요즘 그리고  누가 물고기 이야기를 읽어, 재미없게...” 

반응이 시큰둥했다. 분명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딸 ~ 네가 책에 들어갈 어항 사진, 물고기, 책 표지등의 그림을 그려주면 어때?  ”

“아빠가 보기에 너 그림 너무 좋거든. 느낌 있어~”

“음... 나 학원도 가야 하고 숙제도 많아서 바빠!”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는 마지막 수를 던졌다  

“음 그럼, 아빠가 책으로 돈 벌면 그림 값 줄게~"

딸아이 눈이 갑자기 별처럼 빛났다 

“정말? 얼마 줄 건데? 나도 그럼 그림 작가로 데뷔하는 거야~” 갑자기 말이 빨라졌고, 음이 높아졌고, 특유의 귀여운 표정을 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 좀 저리 가 ~ 애가 돈독이 올랐나, 어린애가 무슨 돈이 필요하다고”

얼마 줄지는 책이 팔려봐야 알지~ 일단 그려보자. 총 40개 글과 책 표지와 속지 등을 감안하면 총 45개의 그림이면 되겠어. 어때 좋지?  

“그래 뭐, 아빠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그림을 좀 잘 그리긴 하니까~ 그리고 아빠가 아이패드랑 애플 펜슬, 그림 앱도 사줬으니까 해볼게~" (예스)

그렇게 해서 2달 전부터 나는 글을 쓰고, 딸아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작업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1시간 정도 그렸다. 

딸아이는 아점을 먹자마자 작은 의자와 아이패드, 애플 펜슬을 들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왔다. 사실 나는 어쩔 때는 되지도 않는 이 글들을 왜 내가 쓰고 있나? 이 생각뿐이었는데, 딸아이의 마냥 즐거워했다. 

오마자마 “아빵~ 오늘은 뭐 그려~” 통통거리는 말투에 나도 신이 나곤 했다.  딸아이는 나처럼 정확한 걸 좋아했다.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면 아웃풋이 좋았다. 

나는 블로그에 퇴고를 끝낸 글들 중 하나를 골라서 컴퓨터로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응 이번엔 안시 아빠를 그려보자. 안시 아빠는 수염은 Y자 모양이고 배에 빗살 무늬가 있어,  꼬리와 옆 지느러미가 드레스처럼 멋지게 생긴 게 특징이야.

특이한 점은 안시 아빠는 알이 부화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알 곁을 지킨다고 해 ~안시 아빠 멋지지? "

“정말? 이구 안시아빠 배고프겠다." 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며 살며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놀라웠다. 따뜻한 느낌이다. 안시 아빠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져 있었다. 10분 만에 뚝딱 그려낸다. 퇴고도 없다. 바로 완성이었다. 이렇게 재미없고 감동 없는 글이 마법처럼 매력적인 글로 점점 변해갔다. 

나는 딸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보며 주말마다 딸아이와 함께한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딸아이도 나중에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를 기억해 줄까?  아 참, 책 출판되면 딸아이에게 얼마를 줘야 하나? 수익의 몇 프로? 과연 수익이 있을까? 계약서 쓰자고 하면 어쩌나 ~  

이전 01화 만자니타 유목 불법주차의 범인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