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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Nov 10. 2023

제발 그만 빌려와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퇴근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받았다.

 

" 책이 연체되었어요. 다른 분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반납을 부탁드려요."

" 아 .. 네... 죄송합니다. 빨리 반납할게요. 감사합니다."

공공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5권이 이제야 생각났다. 내가 정신이 나갔나... 바쁘다는 핑계로 한 권도 못 읽었다. 왜 빌려와 놓고 한 권도 읽지 못했을까?  책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 읽지도 못할 거면 다시는 빌려오지 말자!  굳게 다짐했다"

다음날 책을 들고 공공도서관에 갔다. 지하 1층에 주차를 했다. 책을 들고 도서관 입구가 있는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왼쪽에 김치냉장고처럼 생긴 커다란 '무인 반납 시스템' 있었다. 한참을 바라봤다.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다. "어떻게 쓰는 거야? 아 이제 나도 늙어나?"

실제로 해보니 너무 쉬었다. 반납 위치 앞에 책을 가져가자마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고 스크린에 반납하려는 책 목록이 올라왔다. 그리고 책 반납 입구가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 열렸다. 책을 밀어 넣으니, 부드럽게 책이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5권을 빠르게 반납했다.  세상 참 좋아졌네... 자 그럼 이제 빨리 가자 생각하며 출입문을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에 탔다. 당연한 듯이,  5층 종합자료실의  '5층'  버튼을  누르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뻔뻔한 놈 ㅋ)

고양이가 생선집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난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닉네임도 파파도서관 아니던가~ 이왕 온 거 새로 나온 책들 얼굴만 보고 가자. 둘러보기만 하는 거다! 다짐에 다짐을 하고 새로 나온 책, 관심 있는 글쓰기 책 모아놓은 서가를 구경했다.  

정말 다채롭고 이쁜 책들이 나를 보며 애원을 하는 게 아닌가~

 

"제발 나를 데려가 주세요 ~"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요 "

"미안해, 너를 데려가고 싶지만 내가 너를 읽을 자신이 없어. 흑흑흑"

난 최대한 빠르게 책들을 외면하며  다른 서가 쪽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이웃분들이 추천하신 책들이 떠올랐다.  "혹시 책이 있을까? 가슴이 뛰었다. 검색해 보자. "

책 검색 스크린에 터치 방식으로 제목을 입력했다.  오호~ 책이 있었다. 오른쪽 하단에 책 위치 출력도 되었다. 출력을 했다.   '튜브, 손원평 , 문학 813.7 손 67ㅌ' 

문학으로 분류된 곳으로 이동했다. 문학은 800번대로 녹색이다. 책을 찾았다.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이웃님들도 추천했었지... 아 빌릴까? 말까? 읽을 수 있을까? 오늘은 그냥 가기로 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결국 난 약속을 어겼다. 집에 와보니, 5권이 또 내 손에 있었다. 

5권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두려움과 기대가 몰려왔다. 너무도 읽고 싶었던 책이기에...



책을 빌려온 후 인스타에 물어봤다.  

"인친님들 혹시 이 5권 중 읽은 책이 있을까요? "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좋아요가 98개나 되었다니, 평균 20~30개 정도인데, 놀라웠다. 아마도 그만큼 책을 좋아하고, 좋은 책을 내가 골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독서계의 대모 '여르미님' 께서 따뜻한 댓글까지 빌려온 책이 70권이 쌓여있다니 ㅋㅋㅋ 너무나 안심이 되었다. 역시 클라스는 영원하구나 ~ (여르미님 그럼 70권 다 읽고 반납하시나요? 다 읽을게 분명하다. )

나는 고작 5권인데 이러고 있다니... 그래도 너무도 다행인 건...

이 5권 덕분에 이 글을 썼다는 것! 이거면 오늘 하루 되었다. 못 읽으면 반납하고 다시 빌리면 되지 뭐 ~ 어디서 이런 '초긍정 마인드'가 생겼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책 때문에 참 많이 변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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