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나는 아이들을 등교시킨다. 걸어가면 10분이면 가는 코앞거리다. 나는 왜 아빠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행복하다. 이렇게라도 대화를 하고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품 안에 자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곧 떠나갈 우리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첫째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놈,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MBTI는 나랑 정반대다. 신기한 건 막내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가 나랑 똑같은 MBTI다.
그래서 그런지 나랑 코드가 딱 맞다. 물고기 밥도 주고, 화분에 물도 주고 걱정도 아주 많고 계획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나와 다른 MBTI의 아들에게 더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남자라서 그런 걸까? 나의 어릴 적 소심했던 모습이 보여서 그런 걸까? 겉모습만 비대하고 속은 아주 여리고 작은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랄까? 늘 위태위태하고 조마조마한 느낌... 표현하기 어렵다... 그렇게 아들은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다.
늘 내 옆차 옆 조수석 자리는 아들놈이 차지하고, 뒷자리는 딸아이가 탄다. 아늘 놈을 먼저 내려준다. 나는 오늘도 아들놈의 손을 꼭 잡았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사막처럼 건조하고 메말라 있었다.
혹시 무슨 마음에 걱정이 있을 걸까? 무슨 문제가 있느냐? 물어봐도 분명 별일 없다고 말할 걸 알기에 물어볼 수 없었다. (나도 어릴 적에 그랬으니까...) 아니, 어느새 손가락이 이렇게 길어졌나? 이제 거의 내 손가락과 비슷해졌다. 고놈참..다음엔 기분 좋은 향기를 담은 핸드크림을 발라줘야겠다.
오늘 차 안에서 얼굴을 봤는데, 글세 코 밑에 약간 검게 솜털처럼 수염이 나고 있었다. 이제 남자가 되어가나 보다. "오호 아들 수염이 자라고 있어, 이제 좀 있으면 굵어지니, 아빠가 면도기 사줘야겠는 걸?"
아들놈은 머쓱해했다. 사실 내가 더 머쓱했다.
초등학교 1학년 첫 등교 때 학교 가기 싫다고 울먹이던 그 어린아이가 벌써 이렇게 커서 수염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그 세월과 시간들이 바로 이 '수염'이구나! 어서 열심히 돈 벌어 근사한 면도기를 딱 사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