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답이었다
두 달간의 에세이 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글쓰기 수업, 매우 글로벌하고 다국적이며 다정다감했던 수업, 유일한 청일점이자 유일한 공돌이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과적 생각과 문학소녀들의 환상의 하모니가 막을 내렸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치열하게, 그리고 가까이에서 나를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이런 점에서 나는 무척이나 기쁘고 나처럼 에세이 쓰기 초보분들께 에세이를 써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에세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는 결국 나의 온몸을 관통하여 나온 나의 실체이자 나의 본성이었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것들, 나의 시선, 나의 감정, 그리고 타인과 사물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담아내는 숭고한 작업이 에세이였다. 나는 그런 에세이를 써야 했고 쓰고 싶었다.
처음 에세이 수업 때 무척이나 방황했다. 제출했던 엉터리 숙제들은 매번 다시 돌아왔고 그때마다 글첨삭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밤호수 작가님의 첨삭은 칼날처럼 예리했지만 그 속엔 따뜻한 바람이 있었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숙제를 제출할 때마다 나의 글쓰기 근육은 단련되어 갔다.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태도이자 나의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미사여구’로 어떡해서든 나를 감춰보려 했다. 하지만 단번에 간파당했고 지적당했다. 나의 글을, 나 자신을 써야 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나를 찾아갔다.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위트있고 진지한 글을 쓰는 나를 알아갔다.
나의 에세이 글쓰기 몸부림은 새벽 5시 20분부터 시작되었다. 매일 새벽 기상 후 물고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 시간 동안 글을 쓴 뒤 출근했다. 두 달 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밤호수 작가님은 수업 중 이런 말씀하셨다. "자신의 글을 차곡차곡 모아두세요.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사실 나는 그때 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쓰레기 같은 이 글들을 모아두라고 하는지를, 그래도 나는 숙제는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라 주특기를 살려 수업 기록과 문우님들과의 대화, 강사님의 조언 등을 메모장에 빠짐없이 기록했다. 수업을 받을 때면 집중하며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드리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그렇게 수업은 끝났다. 그리고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매일 글을 썼다. 이제 그동안 썼던 글들을 퇴고하며 『공저 프로젝트: 밤호수 Eassy 수업 기록장』과 『물고기 이야기: 물고기 집사의 사계절(가칭)』을 쓰고 있다.
밤호수 작가님께서 늘 TMI가 많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지만, 오늘 만큼은 반항해 보고 싶다. 아쉽게도 이 글이 밤호수 Eassy 수업 기록장의 마지막 글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인생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알아가고, 확실해지는 게 있었다. 그것은 글을 쓰면 좋은 분들과 함께하게 되고 글을 쓰면 나는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었다.
글쓰기의 즐거움,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아가는 마음, 함께 응원하며 글을 써 내려간 문우님들과의 인연들, 이보다 더 근사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내 인생에 존재할까?
곧, 행운이 함께한다면 『물고기 이야기: 물고기 집사의 사계절』이 출판사와 계약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들고 올 것이다.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책으로 나오리라 굳게 믿는다. 진심으로 쓴 문장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꾸준함으로 답을 찾아가련다.
꾸준함이 답이다.
25년 5월의 어느 날 새벽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