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심리묘사 에세이를 읽고

드디어 등장, 안녕 나의 한옥집

by 파도 작가

에세이 수업을 받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 일주일에 두 편씩, 총 여덟 편의 글을 써냈다. 이제 수업은 한 달 남았다. 내가 이 수업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점점 회사일과 집안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두려움과 끝까지 해보자는 '오기'가 함께 공존했다. 나는 특유의 긍정기운을 불러봤다. '반절이나 남은 게 아니라,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고'.


세 번째 에세이 쓰기 숙제 주제는 '심리 묘사'다. 내가 무슨 탐정도 아닌데, 어떻게 심리를 파악해서 그 내용을 글로 잘 전달한단 말인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단, 오늘도 대가들의 심리 묘사 에세이를 읽고 느낌을 써봤다. 드디어 드디어 나왔다. 심리 묘사의 달인이자 그리움 전담 작가, 우리 강사님의 책 ‘안녕, 나의 한옥집’이다. 홍보 맞다. 적극적인 홍보다. 꼭 구매해서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제목은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이고, 부제는 ‘똥싸베기 이야기’다.


하늘색 바지 양쪽으로 뜨끗한 느낌이 퍼지는 순간, 온몸에 곤두서 있던 힘이 스르르 풀리고 모든 희망도 꺼져버렸다. 그토록 고통스럽게 참으며 여기까지 왔건만, 정녕 똥싸베기가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한 좌절과 부끄러움. 작은 머리에 온갖 괴로운 생각들을 지닌 채 어기적어기적 집을 향해 기어갔다. 뜨거운 그것과 함께 눈물도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누구나 한 번쯤 참기 힘들었던 그 고통을 알기에, 이 글을 읽자마자 정말로 ‘싸지 않고서는 써낼 수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평소 차분하고 고요한 강사님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더 강력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절정 문장 ‘뜨거운 것과 함께 눈물도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을 읽었을 때는 마치 뜨거운 그것이 내 다리 사이를 타고 흐르는 듯한 생생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리라. 죽은 표피세포의 감각까지도 깨어나게 만드는 생생한 글을 쓰리라.


다음 글은 성석제 작가님의 ‘어느 날 자전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라는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돌을 딛고 자전거에 올라섰다. 어차피 가지 않으면 안 될 길, 나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페달을 밟지 않고도 가속이 붙었다. 나는 난생처음 봄을 맞는 장끼처럼 나도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달려 내려갔다. 가슴이 터질 듯 부풀었고, 어질어질한 속도감에 사로잡혔다. 어느새 내 발은 페달을 차고 있었고, 자전거는 도랑과 똥통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삽시간에 어른이 된 기분으로 읍내로 가는 길을 내달렸다.


내가 자전거 올라타 시원하게 내달리는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귀옆으로 흐르는 공기가 느껴지며 속도감이 느껴졌다. 이는 내가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묘사는 멀리서 관찰을 하고, 그 속에 있던 대상(주인공, 사물)의 심리를 오감으로 전달해야 생생하게 읽힌다는 걸 깨달았다. 오감을 잘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상(사람,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기본이고 관련 표현을 많이 읽고 똑같이 써보는 수밖에 없었다.

에세이를 써보니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쉽게 읽히게 써야 함을 알았다. 읽히게 쓰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자신의 경험과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런 글을 쓸 수는 없다.

초안을 쓰고 계속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했다. 읽다가 방지턱에 걸린 것처럼 ‘탁~’ 걸리는 문장이 나오면 그곳은 무조건 고쳤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자세히 써야 할까? 그 세세함의 깊이가 문제였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계속 글을 써야겠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심리 묘사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 그러보 고니 나는 이미 한 분야의 달인이었다. 그 이름도 찬란한 ‘물생활’ 말이다.




keyword
화, 목, 일 연재
이전 08화사소한 물건 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