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5일째다. 사람에게 의식주 문제는 기초적이면서 매우 중요하다. 무얼 입고, 먹고, 어떤 집에 사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한다. 개인적인 문제만은 물론 아니다. 국가적인 일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약간은 철학적이라고나 할까? 지금 나의 상황에서의 질문은 육체적인 그런 질문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그런 대답이라면 보다 좋은 옷을 뽐내려고 연구하며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일꾼들을 생각게 한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보다 편리한 집에 살아갈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후진국일수록 아직 먹는 빵의 문제로 인해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게 된다.
이제는 먹는 문제, 빵에 대한 생각은 거리가 멀어졌다. 부엌 주방에서 유혹하는 냄새도 감각을 접었다. 떠오르고 생각나는 것은 그리움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많은 선생님을 만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은 기억나는 분이 많지 않다, 대학교는 나름대로 전공분야가 분류되었기에 기억하기에 용이하다. 초등학교 때는 학년이 바뀌면서 담임 선생님도 바뀐다. 전 학년 선생님 이름과 얼굴 느낌까지 가슴에 새기고 기억한다. 그중에도 6학년 졸업반을 담임했던 선생님을 더욱 잊지 못한다. 6학년이 되어 교실을 옮겼다. 교장 선생님께서 먼저 들어오시고 뒤따라 짧은 군대 머리 형의 절도 있는 걸음으로 들어오는 선생님 한 분이 있었다. 교잘 선생님은 새로 부임하신 여러분을 위해 수고하실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박수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나오신 선생님은 칠판에 '조남준'이라고 이름을 쓰셨다. "여러분, 우리 열심히 공부하여 중학교에 전원 진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학생들은 저마다 내일의 시험을 위해 열심을 내고 있었으니 모두 환영하며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선생님은 전역을 한 직후라서 짧은 머리 그대로 부임했다. 사교육이 없던 시절이라 방과 후 전원이 과외공부를 하고 미흡한 부분은 직접 프린트를 해서 이해시키는 수고의 땀이 헛되지 않았다. 약속이 이루어져 전원 진학이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었다. 바른 길 빗나가지 않도록 채찍과 훈계로 보살핌을 주신 영원하신 스승님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친구가 그립다. 혼자의 시간을 갖고 몸으로 씨름하는 고요함을 찾고 있으려니 그리움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 스크린 위에 얼굴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초등학교 때를 시작으로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나아가 군대에서 사귄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초등학교에서 체육시간만 되면 힘이 들어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서 허덕이고 대열에서 벗어나 걷는다. 우리는 그를 놀려대며 웃기까지 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심장이 약해서 그렇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친구 놀리는 일을 하지 않게 됐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군대에서 만났던 선임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만난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흑석동 그의 집까지 방문한 일도 있다. 찰학도답게(?) 잘 잊어버린다. 늘 쓰고 다니는 모자도 잊기 잘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꾸러미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생긴다. 키는 작지만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리는 재주꾼 임 병장의 그리운 얼굴이 스친다.
무엇보다 진리에 대한 목마름이다. 여기에 온 목적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먹는 문제는 초연해졌다. 육체적으로 점점 힘이 빠지고 있으나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일과표에 맞춰 독서와 명상, 기도와 산책하는 다짐을 지킨다. 정신적이라 해도 좋다. 영적인 찾음이라는 표현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