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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05. 2023

대학서열해소에 대한 글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 문제가 대학 서열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입시 중심의 우리나라 교육 체제에 자녀를 적응시키고자 노력하는 열혈 학부모들도 결코 이 경쟁이 기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다면, 어느 대학을 가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자신도 아이들을 맘 편하게 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좀처럼 대학서열 구조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자녀를 전쟁터와 같은 교육 현실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내용에서 살펴보겠지만 대학서열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끊임없이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외쳤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 해결 방안의 내용이 단순하지는 않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가? 해결 방법이 쉬웠다면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 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을 테니 말이다. 희망적인 것은 길이 없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어렵지만 분명히 있는 그 대학서열 해소 방법을 차근차근 살펴볼 것이다. 


놀라운 것은 대학서열 해소 방안에 대해 여러 연구자나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하면서 대학체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나서야 그동안 제시되었던 대학서열 해소 방안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보통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대학서열 해소 방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해 쉽고 자세히 설명한 자료가 적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대학서열 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읽고 관심 가질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고, 미력하나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통해 4년 동안 이 문제를 고민한 필자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쓰고자 했다. 학문적 느낌의 책이라기보다는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읽힐 수 있는 책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쉬운 용어를 쓰고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은 제외하더라도 필수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쓰고자 했다. 쓰고 나니 여전히 어려운 용어들이 있고 내용을 이해하기가 여전히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대학서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위로를 삼으려 한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1~4장은 제1부로서 대학서열 해소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고, 뒤쪽 5~8장은 제2부로서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다루고 있다. 


대학서열 해소의 필요성을 다루는 제1부의 첫 번째 장인 제1장은 사교육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학 입시의 무한 학습량 경쟁을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나라 시험의 모습과 그 어려운 문제를 풀도록 연습시키기 위한 사교육 문제를 짚었다. 대학서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 이 무한 경쟁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다룬다. 

제2장은 대학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루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심한 경쟁을 감수하지만 정작 그렇게 들어간 대학의 교육 여건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결국 대학 서열화는 초중고 교육을 왜곡시키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대학 교육 자체에도 해악이 크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제3장은 대학 서열화가 초중고 교육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살펴보았다. 초중고 12년 교육의 마지막 단계인 대학 입시에서 서열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육을 위한 어떤 변화나 개선도 결국에는 다시 왜곡되고 만다는 것을 살펴보려 한다. 현재 관심을 받고 있는 IB나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입시 제도 아래에서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 살펴보게 될 것이다.

제4장은 국제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입시 경쟁 상황은 어떻게 다른지 왜 그러한 차이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최근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가 근본적인 교육개혁 의제로 대학서열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대학서열 해소 방안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제2부의 첫 장인 제5장에서는 지금까지 제안되었던 대학서열 해소 방안들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본다. 각각의 방안들은 어떤 내용이었고 서로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며, 마지막으로 필자의 기준에서 대학서열 해소 방안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추려내어 제시하였다. 

제6장은 대학서열 해소 방안이 가져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 중 첫 번째 요소로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 구성’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본다. 입학 성적순으로 서열화된 현재의 대학서열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결국 같은 성적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연합체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그 구체적인 시행 과정 및 학생 선발과 배정 방법까지 살펴볼 것이다. 

제7장은 두 번째 핵심 요소인 ‘대학 네트워크 재정의 국가 책임화’에 대해 살펴본다. 대학들이 공동입학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 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국민들이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재정 지원의 규모와 방식 및 재정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를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제8장은 세 번째 핵심 요소로서 ‘대학 네트워크에서 질 높은 교육 제공’을 살펴본다. 대학 공동입학 네트워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정을 많이 투입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입된 재정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쓰이게 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때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 네트워크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교과목 모듈화와 공동 인증 학위, 학문 분야별 평가 인증제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이 책이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논의에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미흡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담론 형성의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놓는다. 참고로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데에는 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내용의 구성은 필자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전개하였으므로 이 책의 내용이 두 단체의 공식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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