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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Jan 05. 2023

대학서열이 있는 한 사교육은 어쩌면 합리적 선택

제1장 사교육비, 다 같이 멈추려면 -1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어느 정도 될까?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결과(각주1)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82.0%, 중학생의 73.1%, 고등학생의 64.6%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합산하면 75.5%의 사교육 참여율이다<그림1-1>. 간략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10명 중 8명은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쯤 되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 학교 외에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교육 학교가 따로 하나가 더 있는 셈이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교육으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지만 학교를 아침저녁으로 두 개씩 다니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고달픈 삶을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그림1-1 초중고 학생 사교육 참여율(2021년)    

그림1-2 사교육비 총액(2021년)

자료: 통계청 2021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높은 사교육 참여율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현실적인 비용 문제도 발생시킨다. <그림1-2>에서 보듯 2021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4천억 원으로 조사되었는데, 2022년 기준 초중등교육 분야 1년 국가 예산이 65조 원 수준임을 생각하면, 국가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을 개인이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표1-1 가구 소득수준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    

자료: 통계청 2021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개인이 사적으로 지출하는 교육비용이 많은 것은 부의 불균형 문제도 발생시킨다. <표1-1>의 가구 소득수준별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가정의 11만 4천 원에 비해 800만 원 이상 가정은 59만 3천 원으로 5배 이상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자녀의 교육 기회로 이어져 교육이 계층을 고착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육에 대한 시간과 비용 투자, 그리고 부의 불균형 문제까지 감수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교육 현실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표1-2>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 결과(각주2)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업 흥미도의 상반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표1-2 TIMSS 2019 중2 수학·과학 성취도와 흥미도 순위                    

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TIMSS 2019 별첨 자료 내용재구성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성취도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성취도 평균 순위에서 수학은 3위, 과학은 4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노력에 대해 충분히 칭찬할 만하고 우리나라 교육의 힘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부에 대한 흥미에 있어서는 세계 최하위임을 주목해야 한다. 수학은 39위, 과학은 26위로 각각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이다. 물론 흥미도에 있어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중동 국가들임을 볼 때 공부에 대한 흥미도가 그대로 국력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순위에 있어 중간이나 어느 정도의 하위권인 것이 아니라 두 과목 모두 최하위라는 점은 결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억지로 하는 나라라는 얘기다. 


공부를 이렇게 힘들게,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 즉 서열이 높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어떻게든 자기 자녀가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는데 몰두한다. 우리나라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학벌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조사대상의 40.4%를 차지했다.(각주3) 또 21대 국회의원의 37%(각주4)와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중 53.6%가 SKY 출신(각주5)이었다. 전국 400개 가까운 대학이 있는 가운데 단 세 개의 대학이 우리나라의 기득권을 이 정도로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대학서열 체제는 SKY대학 이외에도 소위 인서울 대학, 지방대학 등의 순서로 촘촘하게 순서가 매겨져 있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회와 평판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상황이 이렇다고 할 때 서열 높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을 무작정 비난할 수 있을까? 상위 학벌을 가지려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것은 어쩌면 한국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니 상위 학벌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한탄하거나 비난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인 대학서열 체제를 깨뜨리려는 사회적 노력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나라는 없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38.9%로 OECD 회원국 중 1위(각주6)이다. 교육은 공교육비로 운영되고 개인의 자산은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쓰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려면 대학서열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대학입학 단계까지는 무의미한 사교육비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   


각주

1) 통계청 보도자료(2022). 2021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2022.3.11.일자).

2)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20). TIMSS 2019 결과발표 별첨자료(2020.12.8.일자). TIMSS는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에서 4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비교 연구인데 2019년 연구에서는 58개국 초등학생 약 33만 명과 39개국 중학생 약 25만 명이 참여했다. 

3) jobsN(2019.1.23.). 재계 ‘SKY캐슬’ 아성 무너지나... 서연고 출신 CEO 4년 만에 70명↓

4) 연합뉴스(2020.4.27.). 21대 국회의원 'SKY'출신 37%...  '인서울 대학'은 79%.

5) 베리타스 알파(2022.6.27.). 2022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SKY 출신 53.6%.. 서울대 93.4% 중대 연대 서강대 고대 톱5.

6) 주간경향(2022.10.31.). ‘OECD 1위’ 노인빈곤, 해결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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