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찾아오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사무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인터넷 검색 중 서울시 각 자치구마다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1인 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강좌가 유독 눈에 끌려서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인생의 거의 절반을 혼자 살아왔고 그 기간 동안 겪어왔던 많은 사람들과 독특한 이야기들을 언젠가는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1인 가구 센터에서 글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나와 같은 사람들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하였다. 첫 수업시간, 수업 참여자들이 모였고 대개 첫 모임 시간에서 볼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어색한 시선을 교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업 시간 중에 강사님은 기본적인 글쓰기 강의와 몇 가지 예시 글을 소개하였고 그 후 수강생들에게 짧은 글을 잠깐이나마 쓰는 시간을 배정해 주셨다.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쓰라고 하셨다. 강사님이 수업 시간마다 몇 가지 글쓰기 스킬을 강의하셨지만 내용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자세한 부분까지 전부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하였고 말 그대로 날것의 경험을 풀어서 글을 작성한 뒤 단체 카톡방에 올리자 술렁거리는 소리와 피식하는 웃음소리도 났다. 내가 너무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풀어썼던가 싶어서 나도 같이 피식 웃게 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몇몇 수강생 분들의 관심과 함께 왜 그렇게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썼냐는 질문도 받았고 나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이라서 내게 있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썼다고 답변하였다.
나의 생각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몰라도 출판할 책에 올릴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기 시작하면서 다른 수강생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생각들이 글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본인의 가지고 있는 깊은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작성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름 이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무언가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흔히들 다른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캐 물어보면서 자신은 감추는 사람을 보고 얄밉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그런 얄미운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인생을 알아보고 싶으면 내가 먼저 공개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인생들은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명 깊게 읽힐 수도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12명의 작가들의 글에는 항상 기쁨과 자기만족이 들어있지는 않다. 그들이 걸어온 삶을 유유히 살펴보는 내용도 있고 마음과 신체가 아픔으로 인해서 다가오는 괴로움도 담백하게 표현되었다. 내 앞에 놓여있는 개개인의 궤적은 어느덧 스크린으로 씌워져서 상영되고 있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찰리채플린이 말했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서 나의 비극을 타인에게 선보였고 동시에 12명의 작가들이 작성한 희극 또한 감상할 수 있었다.
강사님이 알려준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내가 작성한 글을 올리고 작가 승인을 받아 내가 수업시간에 마저 다 쓰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적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쓴 개개인의 수필을 읽어 보며 세상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 해본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의 글쓰기’ 란 삶의 모든 것을 활자로 풀어낸 너와 나의 비망록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들의 작품이 책으로 출간되어 1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간 기념회를 가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 센터 직원들과 강사님, 그리고 이야기를 작성한 작가들의 소감을 공유하였고 앞으로도 센터 내 소모임을 통해서 글쓰기 모임을 꾸준히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동안 실적을 쫓아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런 기회와 만남이 매우 소중한 기회이자 평생에 잊지 못할 순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