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이 가끔 팔씨름을 하고 있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가끔씩 헬스장에서 경품을 내걸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본인들의 훈련성과도 평가할 겸 최선을 다해서 팔씨름을 하는데 문득 이렇게 경쟁심이 생길 스포츠라면 대회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당근 마켓을 보는데 눈에 띄는 게시글이 나왔다.
" 매주 수요일 저녁에 팔씨름 대회를 개최합니다. 초보자도 환영 "
궁금한 건 못 참는지라 문의해 보니 초보자들도 많이 온다고 일단 오라고 한다. 약속을 잡고 서울 외곽에 있는 대회장을 찾았다.
팔씨름 대회 테이블과 참여자들의 주간 랭킹표가 눈에 들어왔다. 초보자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꽤 진지한 모양이다. 대회장에 입장을 하고 보니 여기저기서 테스토스테론을 마구 분출하고 있다. 테토남인가? 그런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운동과 시합을 반복하면서 대회장에 자주 출몰해 보이는 사람들이 시야에 딱 들어왔다. 악수를 하는데 거친 악력이 느껴졌다. 실전압축근육과 오랜 단련을 통해 얻은 굳은살이 동시에 느껴진다고나 할까?. 곧 시작할 대회를 앞두고 다소의 긴장감도 느껴진다.
팔씨름 능력을 올려줄 여러 운동기구와 포스터를 보며 대회에 돌입 하였다. 왼손과 오른손으로 나누어서 하는데 왼손 대회는 비교적 사람이 적었다. 그래도 본인이 좋은 성적을 얻고자 오른손잡이 지만 왼손을 따로 훈련하여 참여한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아까 전에 왼손잡이 탑랭커와도 왼손으로 잠깐 대련해 봤는데 악력부터 장난이 아니다. 당근마켓 모집자에게 이런 대회에 초보자가 어떻게 올 수 있냐고 물어보니 머쓱하게 웃으면서 '원래 처음에는 발리면서 성장하는 것' 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대회의 모습이다. 팔에서 분출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보니 맞잡은 손을 끈으로 묶지 않고서는 가끔씩 손들이 옆으로 터져?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팽팽하고 이것도 엄연히 씨름이다 보니 좋은 포지션을 잡기 위한 기싸움도 치열하다. 대회장은 금세 응원하는 사람들의 함성소리로 가득 찼고 승자는 남성 호르몬을 한껏 내뿜으며 포효를 질렀고 패자는 조용히 손을 털으며 퇴장한다.
이윽고 나의 차례가 되었고 상대는 오른손 No.3 랭커의 실력자였다. 물론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온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면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포지셔닝이 상당하다. 끈을 묶지 않고 하니 맞잡은 손이 터져나갔다. 저렇게 나가리가 나니까 힘이 빠지고 패배 후 손을 씻는데 모임장이 오더니 초보자의 경우 처음 대회에 참여할 때 손이 빗겨 나기도 전에 나가떨어지는데 기술을 익히면 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운동 방법을 하나 소개해 주는데
철봉 위에 팩맨처럼 생긴 빨간 공이 두 개가 매달려 있고 저 커다란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구에 매달린 두 줄 사이에 검지를 넣은 뒤 풀업을 하고 있었다. 한번 체험해 보니 한 개도 올리기가 힘들었고 전완근이 빠삭하게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전완근만 따로 사하라 사막에 던져진 느낌일까? 저 힘든 운동을 탑랭커들은 7~8회씩 가볍게 올리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어느 분야의 최고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대회가 끝나고 서로 소감을 말한 뒤 기념촬영을 하였다. 날도 더워서 외근 없이 계속 사무 업무만 하다가 오래간만에 테토남들의 집회에 참여하니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물론 당장에 높은 순위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운동 의지가 약해질 때 가끔씩 참여하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역시 행복해지고 싶으면 운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