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집단주의

이대로 지속될 것인가?

by 서울길

"혼밥"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온 내가 수많은 단어를 접하며 뭔가 매우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은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혼밥'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싶을 정도로 혼밥이라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었다. 뜻은 '혼자 먹는 밥'이라고 한다. 이게 근데 축약어로 이렇게까지 명사화되어야 할까는 꽤 의문이 들었다.


생각을 해보니 대학교 다닐 적부터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학교 친구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질문이 있었다.


" 왜 밥 혼자 먹어? "


물어보는 사람도 궁금하겠지만 질문을 받는 나도 궁금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데 왜 혼자 먹냐는 말을 들으면 내가 배고파서 밥을 먹는다라고 답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밥을 먹는 상황에 집중을 했다면 나는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에 집중했다고나 할까. 난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있는데 왜 혼자 먹냐는 질문이 가끔 내가 이 사회 속에 사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 궁금함은 사회활동을 하며 직장을 다닐수록 내 삶에 더 깊숙이 다가왔다.


"원우 씨는 왜 이렇게 밥을 혼자 먹는 걸 좋아해? 어릴 때 맨날 혼자였어?"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회식시간에 머리 희끗하신 부장님이 궁금한 듯 물었다. 표정과 상황을 보니 악의는 없어 보였다. 사회생활을 계속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상황은 바로 파악이 되었다. 주변에 몇몇 직원들이 표정이 굳어졌지만 어떻게 웃으면서 잘 넘어갔다. 회식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던 직원들이 굳은 표정이 안 풀린 채로 말한다.


"그러니까 너무 싼데 구내식당만 가지 말고 다른 직원들하고 같이 밥도 먹고 그래요.... "


"맞아 다른 직원들끼리 이야기 했었는데 같은 부서 직원들을 피한다는 소리도 들리네요. 아닌 거 알지만...."


그 앞에서 웃으면 나름 걱정해 준 직원들을 비웃는 것처럼 될까 봐 참기는 했지만 식사 스타일이 다른 것이 이렇게 반 사회적인 인간으로 찍힐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속으로 웃기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블라인드 어플에서도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별도 행동을 하는 것을 주변에서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는 푸념글을 종종 보게 되었다. 조직 문화가 중요한 회사에서 조직과 개인의 생각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업무적으로 협업이 잘 되면 개인적인 일이나 퇴근 후의 일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성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 제 나이 29세 토익 점수 말고는 자격증도 없고 경력도 없는데 새로운 거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일까요? "


" 이제 30대 중반인데 모아놓은 돈이 1억이 채 안됩니다. 또래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가요? "


에타와 블라인드를 보면 또 이런 글이 많이 보인다. 내 나이가 몇인데 동기나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글이다. 그들에게 전문직이나 금수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충 봐도 훌륭해 보이는 분들도 여러 사람들의 평가 앞에서는 한낱 초라한 양민일 뿐이다. 한번 웃고 싶어서 익명으로 내 객관적 스펙을 올려봤었는데 바로 '노예계급'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제는 얼마 안 남은 친한 친구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과 아주 가끔 깊은 대화를 나눠본다. 다양한 직장, 삶의 패턴, 가치관 등 인간은 같은 듯 다르면서도 독특한 개별성을 지닌 존재이다. 때로는 같이 눈 코 입 달린 사람인데 이렇게 신박한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속으로 놀란 적도 꽤 많다. 그러나 그들과의 대화의 끝은 거의 다 똑같다. 이 사회에서는 일단 절대 대다수에게 다른 생각들을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열린 자세에서의 의견 교환과 토론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다가 하나 대박 터지면 벌 때처럼 달려와서 호응하던지 비난하던지 둘 중 하나란다.


시장의 논리는 명확하다. 남들과 다르고 특이해지고 싶다면 성과를 내라고 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조용히 짐을 싸거나 반대로 대박을 터뜨리면 어느 누구보다 우뚝 설 수 있다. 성공한 사업가들 몇몇을 만나보면 우리나라는 사업으로 성공하기가 정말 쉬운 사회구조라고 한다. 자세한 노하우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들어보면 군중심리가 어느 사회보다 잘 통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 사회라고 한다. 그런 점을 잘 파고드는 것인지 생각도 해 보지만 참 이상하다. 이런 상황을 통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무겁게 자리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과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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