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와 슬플 때

by 서울길

3~4월 벚꽃과 철쭉이 피는 계절은 사람들로 하여금 밖에 나가게 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곤 한다. 사실 나는 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서라고 보면 되겠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꽃의 개화기는 고작해야 1~2주, 곧장 사그라들고 떨어지는 꽃을 보며 우리의 감각이 일어났다 수그러들었다가 깜빡이는 스위치처럼 오락가락하는 게 싫어서 그렇다.


그래도 타의에 의해서라도 굳이 찾아가서 꽃을 보다 보면 나무와 인간이 가지고 가는 인생의 사이클이 꽤 유사하다고 생각해 본다.

꽃 봉오리를 피우며 멋을 자랑하는 시기는 1년 중에 극히 일부, 그 후 녹색 잎을 거두고 추운 겨울 가지를 드러내며 버티기를 수개월, 짧디 짧은 회광반조(回光返照)를 거듭하며 매해 그들만의 정점에 섰다가 지기를 반복하며 꽃가루를 날리고 종족도 번식시키고 그 삶을 마감할 때까지 지속한다.


차이점이라면 꽃나무는 1년간의 사이클이라면 인간은 그 1년을 전체의 인생으로 확대시켰다고나 할까 다들 '나 잘 나갔소'라고 할 수 있는 시기들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을 보면 꽃이 피는 계절 속에서 우리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꿈꾸기도 하는 것 같다.



축제의 거리 속 나의 눈치 없는 망상을 눈치챘는지는 몰라도 같이 온 일행이 뭐라도 먹자고 보챈다.

벤치에 앉아서 푸드트럭의 음식과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저 멀리 보이는 꽃 무리를 멍하니 쳐다본다.


"저것들도 곧 사그라지겠지?"


내가 나지막이 말하자 분위기 파악 못한다며 핀잔을 받았다. 피식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아메리카노도 벌컥벌컥 마신다. 꽤 뜨거운 햇살아래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달콤하다. 시각과 미각의 아이러니인가. 화사한 꽃을 보며 곧 사라질 결말을 이야기하고 진한 풍미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혀끝의 단맛을 적신다. 난 변태인가 보다.


꽃봉오리가 지는 꽃을 보면 1년 후에는 다시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나도 월요일은 다가오지만 다시 금요일과 토요일이 올 것이기 때문에 쓴맛과 단맛은 분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항상 이 세상을 맴돌 것이다.

그래도 인간으로서 욕심이 생기는지라 화창한 꽃밭에서 속으로 한번 외쳐본다.


"아 인생의 모든 것이 꽃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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