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가씨

by 서울길


거래처직원 : 안녕하세요 과장님. 전화만 하다가 이제야 처음 뵙네요.


어느 날 오전, 지방에 있는 어느 거래업체 사무실에서 처음 대면한 담당 직원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 분과는 몇 년 전부터 업무상 통화를 종종 나누었었다. 평소에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일을 처리 했기 때문에 굳이 대면할 필요는 없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연락하고 방문한 것이다.


나 : 거래도 많이 했는데 실장님께 인사는 꼭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보통의 소개 인사를 하며 담당 직원과 회의실에서 마주 보며 앉았는데 직원의 모습이 꽤 앳되어 보였다. 알고 보니 사장님의 따님이었던 것이다. 평소 능숙하게 일처리를 잘했는데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일하던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운 거 같았다.


업계 시황 등 이것저것 스몰톡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치장으로 가서 출하 담당 직원과도 인사를 하고 실장님의 차를 타고 식사를 하러 갔다. 밖의 광경을 보니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고 했지만 관광지가 있어서 그런지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도 꽤 보였다. 여기서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 : 실장님예 와~ 여기 뭐 맥도날드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고 다 있고 있을 거 다 있네요. 살기 좋네예.


실장 : 헐~ 과장님 그런 말씀 여기 와서 함부로 하면 안돼요. 고향 친구들이 들었음 난리 나요.


실장님이 나를 째려보며 핀잔을 준다.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하였다. 실장님이 웃으며 이야기를 더 이어나갔다.


실장 : 저도 서울에서 일하다가 내려온 지 거의 4년 다돼 가는데 내려오고 얼마 안돼서 고향 친구들하고 있을 때 비슷한 소리 했다가 욕 엄청 먹었거든요. 그런 말은 조심해야 돼요.


다시 멋쩍게 창밖을 보다가 식당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면서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지금 사는 곳과 관련해서는 공장들도 많이 없어지고 그만큼 개발 수요도 많이 빠졌다고 한다.


실장 : 전에 나 서울티낸다고 욕하던 친구들도 직장 다닌다고 다 떠났어요. 나만 시골여자 된 거지. 주변에 또래가 진짜 없어요.


실제로 도시 주변을 둘러보니 연세 지긋하신 분들과 어린이들 몇 명 정도, 청년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정말 적어 보이긴 하였다. 여행을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을 빼면 우리 또래의 사람들 조차 거의 없다고 하겠다. 차가 많이 없어서 운전이 편하겠다. 조용한 분위기라 좋겠다는 칭찬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계속 대화를 해보니 실장님도 다시 도시로 나와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고풍스러운 옛 주택을 개조한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나오는데 멀리 저편에서 케이블카가 보인다. 이 동네의 관광 목적으로 세운 건데 주말에는 꽤 사람들도 오지만 평소에는 한산하다고 한다. 나중에는 또 방문하기 힘든 곳이고 요즘 일도 없을 거고 해서 실장님에게 케이블카를 태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 : 실장님. 케이블카 한번 태워주세요.

실장 : 저도 한 번도 안 타봤는데요. 그리고 저거 비싸요.


실장님은 갑작스러운 부탁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거절하였다. 정작 자기도 타본 적도 없고 자기는 일하러 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겠지? 하고 웃으며 거래처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실장님이 다시 말했다.


실장 : 제가 식사도 대접하고 주변 관광도 시켜드렸으니까 과장님이 저 태워주세요.


네이버로 예약 페이지에 방문해서 가격을 보니까 확실히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온 김에 관광도 하고 혼자 타기는 뻘쭘하니까 개카로 두 개 예약하고 거래처 직원과 처음으로 케이블카를 타보게 되었다. 아주 예전에 남산 케이블카를 타보고는 처음 타보게 되었다. 실장님은 케이블카 탑승 자체가 처음이라고 한다. 덜컹거리며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밖의 광경을 보니 신기해서 나나 실장님이나 어린애들처럼 창가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케이블카 종점에 도착해서 별도 설치된 전망대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실장님은 가끔씩 걸려오는 연락을 적절히 대응하고 있었다.


나 : 실장님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일할 거예요? 아까 전에 전공했던 거 다시 살려서 하고 싶다고......

실장 : 모르겠네요. 다시 서울 가고 싶기는 한데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전망대에 도착해서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바지선도 보고 저 편에서 계속 운행 중인 케이블카들도 보며 멍을 때렸다. 여름으로 다가가는 햇볕의 따사로움이 강물의 빛깔을 선명한 파란색으로 만든다.


나 : 좋네요.


실장님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내가 아까 괜히 물어봐서 힘이 빠져 보였나 싶어서 무리수를 던졌다.


나 : 실장님 만약에 서울 오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서울에서 자리를 잘 잡았으니까 실장님 오시면 제가 한자리 해드리겠습니다.


실장님이 피식 콧방귀를 뀌더니 웃음이 나올까 말까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역시 무리수인가 하며 내가 웃자 실장님은 넓어진 콧구멍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실장 : 가요. 계속 연락 오네요. 이제는 진짜 일하러 가야 돼요.


사무실로 돌아와서 앞에서 인사하고 떠나려는데 주머니에 사용한 케이블카 티켓 두장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한 장을 실장님 손에 건네주니 실장님이 웃으며 배웅해 준다. 지금도 계속 명세서와 발주서를 주고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언제 서울 오시면 남산 케이블카 태워드리겠다고 했는데 거기는 짧아서 재미없을 거 같다고 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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