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애틋한 아다지에토 선율에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관능적인 춤을 추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발레리노 조르주 돈.
오래전에 이 영상을 처음 봤을때 순간 "정말 아름다우세요!"
서로에게 춤과 춤으로 건넸던 사랑의 언어.
영상으로 보는데도 자신의 뮤즈를 바라보는 안무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미술 평론가 이주헌 선생님의 <그리다, 너를>이라는 짧고도 강렬한 책제목이 생각나는 영상물이었다. 이주헌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서 안무가와 뮤즈의 비밀스럽고 특별한 살 냄새 나는 발레 작품이다.
춤이라는 게 기록이 까다로워서 무보로 기록해도, 영상물로 남겨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그걸 넘어서서 매혹적이다. 영상물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그 순간 공중으로 날아가버렸을 이 매혹적인 춤이 기록으로 남아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애틋한 감정으로 물들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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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동의 만남과 이별 누구나 그렇듯 베자르 역시 특정 무용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를 위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작곡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특징을 살려 곡을 헌정하듯 안무가들은 무용수의 인상이나 신체적 특징,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품을 빚어낸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단연 조르주 동(Jorge Donn. 호르헤 돈, 1947-92)을 꼽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이 무용수는 1963년 베자르의 무용단에 합류한 이후 베자르의 깊은 사랑을 받으며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던 전설적인 무용수였다.
조르주 동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은 그를 잃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오랜 인생의 동반자를 잃은 베자르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 이듬해 한 인터뷰에서 정말 이걸 물어도 될까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조르주 동이 세상을 떠난 이후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왔는지요?" 옆에 있던 극장 홍보담당자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있었지만 정작 베자르 자신은 평이한 어조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