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아이, 느린 엄마

by 행복반 홍교사

오늘 아침에 둘째는 등교 시간을 놓고 나를 재촉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옆으로 와서 내 눈을 보고 "엄마, 오늘은 26분에 나갈래." 한다.


아직 잠이 덜 깬 내가 눈을 반쯤 뜨고는 "둘째야, 26분에 나가는데, 걸어가는 거다." 했다.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칭얼거린다. "아니, 그니까~"

"그니까 뭐?"

그랬더니 내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입을 꾹 다문다.


그놈의 26분, 27분. 그냥 30분에 나가도 안 늦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려고 하는 건지... 그걸로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진을 빼는 것도 힘들 무렵, 둘째는 다시 입을 연다.

"집에서 26분에 나가고, 엘리베이터 앞에 27분에 나가는 걸로 하자."

"그래, 그럼, 엘리베이터 앞에 27분에 나가고, 대신 가는 길에는 뛰지 말자. 엄마 힘들어." 했다.


그렇게 아이는 자기가 알아서 옷을 입고 준비한다. 뭐 하나 '빨리 준비해라' 재촉하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건 좋은데, 여유 있는 데 자꾸 나를 재촉하니 도리어 이럴 때는 내가 스트레스다(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아들인 것 같기도;).


첫째는 동네 친구들과 만나 조금 먼저 나가고, 그 후로 10분 후에 나가도 둘째는 늦지 않는데, 형아 나가고 나면 벌써 엉덩이가 들썩인다. "엄마, 나가자!"

"아니, 조금 이따 나가자. 아직 시간 안 됐어."

"지금 나가야 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자꾸 뛰란다. '안 뛰기로 해놓고는..'

"엄마, 뛰어."

"안 뛰기로 했잖아. 엄마 힘들어."


그러더니만 자기 혼자 막 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10분 일찍 나간 형아가 저기 학교 앞 횡단보도에 친구들과 서있다. "형아~"

형아랑 같이 가고 싶었던 걸까? 근데 형아는 이제 엄마나 동생이랑 손 붙잡고 같이 다니는 것보다 친구들과 가는 걸 더 좋아하는데.


'둘째야, 형아는 보내 주고, 아직은 엄마 손 잡고 가야 하니까 엄마랑 27분에 나가자. 뛰지 말고 걸어서 가도 안 늦어.'


빠른 둘째 아들과 느린 엄마가 만났다.

그렇게 우리는 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