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에게 주어진 분량을 살아내기
남편이 지난 금요일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보호자라서 남편 옆에 있어야 했고 당장 아이들의 학교, 학원, 방과 후 등을 챙겨줄 수가 없게 되었다. 동네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아이들을 부탁을 드리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다.
어머님은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라셨지만, 이것저것 오고 가야 할 일이 많아 신경 쓸게 많기도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완벽주의 엄마는 아닌데, 지극히 걱정 엄마이다.
이래서 걱정, 저래서 걱정. 상상이 꼬리를 문다. 그렇게 보면 MBTI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S가 아니라, 상상력 풍부한 N일수도).
아이들에게도 미리 그 전날 말해두었다. 엄마는 너희 일어나기 전에 아빠랑 병원을 가야 한다고. 대신 아침 유부초밥 싸놓고 갈 테니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챙겨 먹고 학교 가는 시간 맞춰서 잘들 다녀오라고. 하교도, 태권도 학원도, 방과 후도 시간 맞춰서 잘 다녀오라고. 병원에서 하룻밤 자고 와야 할 수도 있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랑 밥 잘 챙겨 먹고 잘하고 있으라고 말이다.
첫째는 제법 의젓하게 알았단다. 엄마 껌딱지 둘째는 잠시 눈이 흔들리더니 알겠단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을 뒤로하고 남편과 병원을 갔고 남편의 검사와 입원치료를 도우며 하루를 보냈다. 남편도 묵묵히 여러 검사와 시술 등을 잘 받아 주었다.
그사이사이 등하교 알람, 학원 등원 알람, 방과 후 출석 알람이 울린다. 왠지 모를 뭉클함이 몰려왔다.
엄마와 아빠와 상관없이 하나하나 아이들 자신들의 일을 잘 챙겨하고 있는 그날 하루의 일과들이 눈에 그려지며, 아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을 때쯤 어머니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엄마~~~ 나야!"
우리 첫째다.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었을 거다. 보고 싶은 것도 잘 참고, 자신들이 하루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말해주고 싶었을 거다.
너무너무 대견하다고, 참 많이 컸다고 말해주어야 했는데 아이들도 궁금한 게 많다.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궁금한 이야기들 한 보따리 풀어낸다.
"지금 뭐 해?", "언제 와?"
질문에 대답해 주다가 전화를 끊었다.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꼭 얘기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희 정말 대견하다'라고 말이다.
그다음 날, 남편의 퇴원날인 토요일. 평소 같았으면 토요일은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수영강습받는 날인데, 아빠 없이 첫째와 둘째, 둘이 들어갔다. 옷 입고 벗는 것, 씻는 것도 자기들이 하겠단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첫째는 아빠랑 많이 해 봤고 집에서도 혼자 씻으니 자신 있게 할 수 있단다. 둘째는 형아 따라 자기도 할 수 있다니 믿어보는 수밖에. 같이 손 흔들며 수영장 탈의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박혜란 작가님 말씀처럼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 그래서 믿어주기로 했다.
퇴원하고 수영장으로 바로 온 남편이 아이들 수영 끝나고 나오는 시간에 맞춰 수영장으로 왔다. 남편이 살짝 탈의실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첫째와 둘째가 자기들끼리 씻고 옷 갈아입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준다. 대견한 아이들. 그리고 대견한 남편. 그리고 뒷바라지하느라 대견한 나까지. 셀프 칭찬 토닥토닥해 본다.
스스로 해내는 너희들을 엄마가 너무나 응원한다.
멋지다. 쌍따봉!!!
우리 가족. 모두 자신의 일은 성실하게 하면서,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 보자. 아이들도, 당신도, 나도.
오늘도 그렇게 각자의 무게를 어깨에 메고 살아간다. 서로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