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의 감사

-둘째와 오롯이 보낸 시간

by 행복반 홍교사

태어나자마자 형이 있었다.

나보다 3살이나 많으니 뭘 하든 나보다 잘한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은데, 형아가 있어서 나 혼자만 엄마, 아빠의 모든 사랑을 받을 수가 없다.

난 목소리를 키워서 나를 보라고 외쳐야겠다.



우리 둘째는 목소리가 우렁찼고 지금도 우렁차다.

예전에 조리원 선생님이 이번 조리원 기수 중에서 목소리 제일 큰 아이가 우리 둘째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었다. 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뭘 하든 조용조용, 사뿐사뿐, 조심조심하는 성격을 가진 나였기에 '나를 보아라'라고 끊임없이 울어대는 우리 둘째는 정말 '미지의 세계(?)'였다.


첫째와는 또 다른 성향을 가진 우리 둘째.


오늘은 첫째가 교회에서 하는 1박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하느라 오전부터 집에 없었다. 오롯이 둘째와 나만 하루종일 함께 있었다. 잠깐은 둘만 있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종일, 잠자는 순간까지 둘째랑만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정말 별 거 하지 않았다.

둘째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브루마블을 오전과 오후에 하고, 중간에 밥을 먹고 아이패드도 조금 보고, 심심해하길래 안방에 이불 깔아놓고 같이 뒹굴뒹굴하고. 그러다가 저녁 먹고 매미 잡으러 나가고, 샤워하고 잠들었다.


잠자리에 누워서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엄마랑 이렇게 둘만 하루종일 같이 있어 본 건 처음인 거 같지?


그랬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꼭 안아주었다.

매일 양쪽으로 나눠줬던 사랑을 오늘은 온전히 둘째 쪽으로 돌아누워 꼬옥 안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사랑해, 우리 아들




오늘 발견한 새로운 사실이 몇 가지가 있다.


그렇게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던 우리 둘째가 나랑 둘이 있을 때는 조곤조곤 말했다.


강한 줄로만 알았는데, 뒹굴거리다가 나랑 둘이 장난으로 유치한 말싸움을 했었는데 잘 받아치더니 이내 뒤돌아 흐느껴 우는 게 아닌가. '설마?' 했는데 아이는 아이였다(형아에게 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강한 척을 했었나 보다). '엄마가 미안해'를 백번쯤 말해주었다.


둘이만 있는 이 시간이, 온전히 둘째에게 집중했던 이 시간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더 많이 사랑해 줄 것이다. 더 많이 지켜보고 더 많이 이해해 주고 싶다. 내가 바쁘고, 나랑 다르다고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잘못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때로는 그렇지 못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미안하다고 꼭 말해줄 것이다. 너무 억울하지 않도록 말이다.



감사의 이유.

때로는 서로가 자라나는 과정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 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우리들이 함께 자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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