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시 입성 – 이세벨(1)

by 이야기소녀

12월 15일 수요일 새벽 6시 40분, 이세벨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전날 아줌마가 챙겨준 손가방을 들고 고아원을 나섰다. 이세벨이 가나안 마을에서 공중도시에 들어갈 장소는 '가나안 마을 외곽 끝의 황무지 경계'쪽이었다. 이자를 타고 가나안 마을 외곽으로 달렸다. 그곳은 가나안 마을의 끝자락이어서 부력레일이 끝나는 지점이자 금지 표지판이 있는 곳이었다.


이세벨은 도착해 트랜스포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은 7시.


“곧 오겠군….”


이자 안에서 이세벨은 공중도시를 기다리며 펼쳐진 황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줄기 바람이 불면서 머지않은 거리의 땅 위에 쌓인 모래가 한 차례 휘날리더니 이세벨의 눈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세벨은 순간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곧 '공중도시'가 올지도 몰라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세벨의 머리를 번뜩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엄마 일기장에 적혀 있었던 ‘지하벙커’. 이세벨은 이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가까이 가보니, 바람으로 인해 언뜻언뜻 드러난 하얀색의 땅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세벨은 주저앉아 모래를 두 손으로 헤집었다. 그 땅을 두드려보고 주먹으로 치기도 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저 멀리 하늘로부터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니, '공중도시'가 서서히 가나안 마을 외곽 쪽, 자신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오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트랜스포머폰의 시간을 보니 6시 58분이었다.


‘뛰면 30초 만에도 갈 수 있어. 그런데 여기가 지하벙커가 맞을까?’


촉박했다. 이세벨은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해야만 했다. 엄마의 일기장에 그 지하벙커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6시 59분. 이세벨은 제자리에서 일어나 그 하얀 땅을 있는 힘껏 발로 푹푹 치기 시작했다.

6시 59분 20초. 공중도시는 서서히 이세벨의 이자 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이세벨이 발에 힘을 주고 빠른 속도로 연속해서 땅을 내리치니, 드디어 작은 구멍이 생겼다. 빠르게 몸을 숙여 그 구멍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공중도시는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었다. 이세벨은 시간의 촉박함에 입술을 꽉 다물며 곧장 자신의 이자로 힘을 다해 뛰어갔다.

7시. 이세벨이 숨을 헐떡이며 이자에 앉자마자 때마침 공중도시의 보안로봇이 이세벨의 이자를 통해 말을 걸어왔다.


“자! 이세벨 에덴 STD의 정직원 맞습니까?”

“헉헉~ 네! 맞습니다~.”


이세벨이 이자 안에 들어가 유리덮개 닫는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이세벨의 이자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자는 금방 공중도시의 귀퉁이로 안착해 보안로봇과 마주하게 되었다. 보안로봇은 이세벨의 모든 것을 스캔한 뒤, 임시부력레일을 대주며 자신이 서 있는 공중도시의 귀퉁이 땅에 안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 지구에 있는 기업지구 에덴 STD 1층에서 안내를 받으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네~.”

보안로봇은 이세벨의 이자 제어판에 자신의 손가락을 꼽아 공중도시의 지도정보를 전송해 주고는 공중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몸을 옆으로 틀어주었다.


“…”

이세벨의 눈에 펼쳐진 공중도시는 탐욕이 잠식하는 도시처럼 보였다. 보이는 건물이나 길, 로봇, 중간중간 서 있는 나무나 꽃들까지도 다 금색을 뒤집어쓴 인간의 욕심덩어리로 보였다.


“저런 이자가 왜 여기에 있어? 격 떨어지게~.”

“신고해야겠네!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야? 경찰로봇!”


신형 이자를 탄 아줌마 두 명이 경찰로봇을 불러 이세벨의 이자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했다. 경찰로봇은 멀리서도 이세벨의 이자정보를 스캔해서 아줌마들에게 안내를 해주는 것 같았다. 아줌마들은 경찰로봇의 설명에도 진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삿대질을 하다가 물건을 잔뜩 실은 운반로봇과 날개로봇들을 대동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다 똑같아….”


이세벨은 갑자기 맞닥뜨린 공중도시와의 대면에 특유의 냉정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다시금 마음을 잡고 땅에서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마치 하나의 도시 같았어. 그곳이 지하벙커. 분명히 에덴 STD 로고를 본 것 같았는데. 아빠가 정말 그곳에서 죽임을 당하신 걸까? 엄마도?’


이세벨의 이자는 금색의 휘황찬란한 공중도시를 지나가고 있었지만, 스쳐가는 공중도시의 배경들이 하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모두가 신기해하는 무지개분수조차 눈만 둘 뿐, 마음에는 지하벙커와 부모님의 복수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세벨의 영혼은 마치 생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그 어떤 공중도시의 빛나는 배경에도 감흥이 생기지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이세벨의 이자는 어느새 에덴 STD 대형 피라미드 건물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에덴 STD 공중도시 본사입니다. 현재 출입하신 분은 ‘정직원 이세벨’입니다. 바로 7층 기술개발팀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천장에 달린 태양이 말을 하건, 달이 이자를 끌어당겨 7층에 올라가건 이세벨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7층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퀭한 사람이 이세벨을 맞았다. 7층 기술개발 팀장이었다. 자신을 팀장이라 지칭하며 삭막하게 이세벨의 자리를 안내해 주고 사원증을 만들어주었다. 이세벨의 이자 제어판에 사원증을 주입시켜 주면서 이세벨이 묵을 거주지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심드렁하게 말해주었다.

이세벨에게 주어진 일은 공중도시 내의 불안정한 시스템이나 개발품들에 대한 신고를 하나하나 관리하면서 어떻게 개발하고 보수하면 좋을지 해결하는 업무였다. 말이 좋아 기술개발팀이지, 이 업무는 보수유지팀에서 해야 하는 것이었다. 신고는 어제부터 열몇 건이 들어와 있었고 앞으로는 늘어날 거라는 사실이 뻔했다.

“기술개발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관리팀이라고 할 수 있죠. 기술개발은 우리 대표님과 나만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이 팀에서는 다른 팀에서 하지 못하는 공중도시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서, 로봇을 보내거나 공중도시의 운행 등등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어요. 뭐 공중도시 전체를 컨트롤은 중대하니까 나만이 가능하고~ 흠흠! 아무튼 오늘은 신고된 것만 해결하고 퇴근하세요. 참고로 우리는 보안상 재택근무가 안 되니까 주말까지 매일매일 나와야 합니다~”

기술개발 팀장은 다른 팀원들이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거나 7층 중앙 큰 화면에 분할된 화면들을 보며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담당했기 때문에 항상 의자에 거의 드러누운 채로 화면만 계속 쳐다보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세벨이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 상세하게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시스템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매뉴얼들이 있는지 등등' 회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역할이 상사의 업무 아닌가!


“아! 그리고 이세벨 씨~ 여기 업무가 힘들어서 하루 만에 나간 사람들도 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알겠죠? 나갈 거면 미리 말해주고 나가요.”

이세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열 명 남짓한 직원들밖에 없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팀장의 뒷자리에 앉았다. 이세벨이 자리를 잡자마자 학교처럼 아래에서 기다란 봉이 올라왔다. 봉 위에는 초록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을 누르자 자동으로 홀로그램 업무 영상이 떴다. 이자 유리 덮개를 접고 영상에 올라와 있는 신고접수 건을 하나씩 눌러보았다.

‘이자를 타고 문화센터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부력이 일정하지 않아 자꾸 의자가 통통 튀기네요. 부력을 조정하던지 이자를 피아노와 고정시켜 주던지 아니면 따로 피아노 의자를 마련해 주세요.’

‘무지개분수의 무지개물에 함유된 면역력 증진과 소독 기능의 있는 액체를 배합하는 장치에 액체를 넣으려다 잘못 건드려 배합이 오류가 난 채로 공중도시에 뿌려졌습니다. 해결해 주십시오.’

‘공중도시 끝 부분의 땅의 얇은 금띠가 좀 부실해 보입니다. 보호막이 있다고 해서 물건을 던져보니 그냥 아래로 떨어지더라고요? 이러다 사람 죽겠네~’

‘식물원과 동물원은 도대체 왜 있는 겁니까? 격 떨어지게!’

‘쇼핑과 문화지구에서 운반로봇이 물건 무게 초과로 망가졌어. 빨리 고쳐줘. 소돔에서 살 때는 바로바로 교체했는데 여기는 왜 그게 안 돼?’

‘3 지구 거주지의 외관문제입니다. 집입구 간판을 지폐 모양으로 바꾸고 싶은데 여기다가 신고하면 된다면서요? 언제 해줍니까?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구형 이자를 타고 다니는 여자가 있어요! 빨리 잡아가세요! 도둑일지 몰라~’


이세벨은 신고 내용들을 보는데 화가 났지만, 일은 해야 하니까 정신을 차렸다. 신고내용 중에는 공중도시 기기에 관한 단순한 신고내용도 있었지만 어린아이처럼 떼쓰는 신고들이 있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어른이야?’


이세벨은 황당했지만 일단 일을 맡은 이상 맨 위에 올라와 있는 문의부터 찬찬히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 건물의 부력을 좀 더 높였고, 무지개분수를 고치기 위해 수리로봇을 보냈다. 그리고 공중도시 끝 부분의 금띠에 대한 일은 '그냥 죽으세요'라고 남겼다가 지우고 '고려해 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식물원과 동물원의 답변은 넘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식물원과 동물원에 문의를 남기겠다'라고 써 놨다. 운반로봇 고장 건은 아직 공중도시에는 부품이 없으니 소돔 마을 에덴 STD에 새로운 운반로봇 주문을 넣었고, 3 거주지에 사는 분의 집 외관에 대한 건의는 외관을 꾸미는 건축로봇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신고에 대해서는 자신은 에덴 STD 기술개발실 소속이며 도둑이 아니라고 남겼다. 이런 문의들에 이세벨은 어이가 없고 냉정해지기만 했다.

신고 건들에 대하여 이리저리 연락을 하고 해결을 하면서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럼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일 끝났으면 말하지 않고 그냥 퇴근해요. 일에 관련된 말만 하고~”


기술개발 팀장은 이자 위로 손을 올려 '가라'는 표시만 하고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세벨은 에덴 STD를 나와 거주지로 가려고 했다.


‘꼬르륵~~’


하지만 배에서 알람이 울렸다. 오자마자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에 피로가 쌓였다. 아무래도 공중도시에 입성하기 전부터 정신없던 게 한몫한 것 같았다. 이세벨은 2 지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쇼핑과 문화지구.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러 음식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


‘띠리리리~’

이세벨의 전화가 울렸다.


“누구지?”


이엘리였다. 이세벨은 폰에 뜨는 이엘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항상 바보같이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보고 싶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세벨은 스테이크 가게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주로 스테이크만 먹었기 때문이었다. 내부를 보니 와인잔들이 공중에 걸려있고, 이 식당 날개로봇들은 와인을 들고 다니며 시중들고 있었다. 손님들을 보니 다 신형이자에 앉아 있었고, 옷도 다 미래옷 브랜드였다. 이세벨은 아까 그 수모를 또 겪을까 싶어 가장 구석진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무서워서 두려워서 피한 것이 아니라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스테이크를 시키자 바로 나와서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아저씨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재벌 중의 재벌들만 살 수 있다는 도시라곤 하지만, 우리보다 급수가 아래인 재벌들도 있단 말이지. 진짜 자존심 상하지 않는가!”

“내 말이! 그 말 일세! 계층을 나누려면 제대로 나눠야지. 이렇게 어중간하게 나눌 줄이야, 상상도 못 했지 않은가! 얼른 마도시 개발자에게 건의해서 공중도시 위에 또 공중도시를 세워달라고 하세나~”

“오! 좋은 아이디어일세! 마도시 개발자랑 친하니 내가 하겠네!”

“미래옷 대표님 노미래! 당신만 믿겠네!”

머리가 까지고 배가 나온 한 아저씨와 근육이 울끈불끈 해서 덩치가 큰 아저씨는 서로 쿵짝이 맞았는지 점점 목소리가 커지며 식당을 뒤흔드는 듯했다.


‘공중도시 위에 공중도시? 참나~ 정말 가지가지하는군.’


배가 나온 아저씨는 화장실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이세벨이 있는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아니~ 여기에 이런 이자가… 음~ 이쁜데?”


‘더러워….’

소돔 마을에서도 간간히 있는 일이긴 했다. 기분을 망친 이세벨은 대충 허기만 채우고 재빨리 가게를 나와버렸다. 피곤했는지 바로 거주지인 2 지구로 향했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저 앞에 1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운반로봇들의 뒷모습과 그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이엘리였다. 잘못하면 부딪칠 것만 같았다.


“이엘….”


이세벨은 본능적으로 이엘리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곧 멈췄다.


“이제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이세벨은 이엘리가 다쳤는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고 3 지구로 향하는 운반로봇들과 함께 2 지구로 가버렸다.


2 지구에 진입해, 한참 달리다 보니 줄지어 서있는 집들의 외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집들이 다 으리으리하고 컸다. 그런데 이세벨에게 배정된 집에 다다라 보니, 한숨만이 나왔다. 아무리 방이 두 개나 되고 주방 겸 거실, 화장실이 있어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배정된 집들은 한참 작았다. 큰 집들은 이자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은 이자를 작은 마당에 세워놓고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가야 했다.

이세벨은 배정받은 집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이세벨의 존재를 인식한 집은 자동으로 집 안을 환하게 만들고는 거실 중앙에서 로봇 홀로그램을 등장시켰다.


“안녕하세요! 이세벨 님! 저는 집도우미 '큐피드'입니다. 에덴 STD 소속은 다 무료입니다. 필요한 가구나 가전들을 배치하려고 합니다. 화면을 보고 골라주세요.”


화면에는 소파, 식탁, 음식로봇, 청소로봇, 침대, 홀로그램 텔레비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세벨은 피곤함에 귀찮았지만 당장 필요한 것들을 체크했다.


“지금 바로 배치할까요? 아니면 내일 할까요?”

“침대만 오늘 해줘.”

“네! 알겠습니다!”


이세벨은 거실의 커다란 창을 바라보았다. 덩치가 커다란 큰 집들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이세벨이 있는 집은 큰 집들 뒤에 자그마하게 있었기에 그림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얘 이세벨의 집 위치가 큰 집들 옆에 있었다면 모를까, 큰 집들 뒤에 있다 보니 없어도 될 존재처럼 느껴졌다.


“음, 조금도 여기 있기 싫어. 큐피드, 배치할 거 하나 더 추가할게.”

“네!”

“에덴 STD 기술개발실에 들어가는 초고속 홀로그램 컴퓨터요.”

“네! 알겠습니다!”

홀로그램 로봇이 사라지자마자 집 안으로 한 대의 운반로봇이 두 개의 물건을 가지고 들어왔다. 모두 손 크기만 한 상자였다. 운반로봇이 이세벨에게 상자들을 보여주고 어디다 배치할지 묻자, 이세벨은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상자에는 손 크기만 한 침대가 들어있었는데, 그것을 거실에 내려놓았다. 침대와 집이 연동이 되자마자 침대는 적당한 크기로 커졌다. 다른 상자는 그 반대편에 배치했는데, 이세벨의 팀장 것과 같은 크기의 홀로그램 화면에 초고속 시스템을 가진 컴퓨터였다.


“이제 시작이야~.”

이세벨은 홀로그램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몰려드는 피로감에 못 이겨 침대에 털썩 누웠다. 동시에 이불과 베개가 침대 매트리스 안에서 나오면서 자동으로 이세벨을 덮어주었다. 따뜻함에 어느새 잠이 든 이세벨. 아기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자고 있지만 이내 찡그리는 이세벨. 꿈에서부터 그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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