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금빛여신

by 이야기소녀

이세벨


2241년 12월 17일 금요일


이세벨은 마도시의 사무실인 10층에서 난리를 친 이후, 자신에게 분명히 조사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조용히 지나가는 바람에 의문이 들면서도 일단은 안심하며 그날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공중도시의 상황과 시스템을 완전히 익혔고, 피유다의 해킹실력으로 이세벨의 집에서도 에덴 STD 공중도시 중앙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고, 저녁 먹을 때만 방음이 되는 식당의 룸에서 만나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할지 조용하게 얘기하였다.


“마도시의 실체를 밝힐 거야. 마도시는 공중도시를 만든 첫 번째 사람이 아니야.”


피유다와 강가인은 놀랐지만, 이내 호기심을 띄며 이세벨의 말에 귀를 계속해서 기울였다.


“에덴 STD를 치겠다는 거군! 꽤 흥미로운데?”

“그가 만들었다고 하는 공중도시를 추락시켜야지….”

“아~ 답답했는데 잘 됐다!”

“공중도시에 심판을 하는 건가? 푸하하하!”


피유다와 강가인은 자기들끼리 웃다가 냉담한 이세벨의 눈치를 보면서 웃음을 멈추었다.


“그렇지~ 공중도시에 심판을… 맞아! 심판할 거야~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이세벨이 살짝 미소를 띠자 피유다와 강가인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세벨은 소파에 앉아 어떤 방식으로 공중도시에 심판을 할지 고민을 하였다.

마침 고아원에서 가져온 엄마의 일기장이 생각났다. 가방에서 일기장을 꺼내다가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펄럭이며 떨어졌다. 이세벨은 그 종이를 주웠다. 읽다 보니 자신이 살아온 그동안의 일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세벨은 무엇인가 결심한 듯 단호한 눈빛을 띠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바로 이거야….’





이엘리


2241년 12월 23일 목요일

“언니는 ‘김유나’만 찾고 가버리고~ 무슨 일이래. 오늘이 벌써 무슨 요일이야. 23일이잖아. 그날 이후로 일주일이 더 지난 것 같은데 연락이 없어. 마도시님의 아내님인 김유나 님. 그런데 왜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영상 속 사람들의 정보를 찾은 거지? 아~ 몰라!!! 복잡해!!!”

“엘리 양~~.”

엘리는 차빈 팀장님이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는 바람에, 오늘 맡겨진 데이터를 정리하며 중얼거리고 있다가 깜짝 놀라 이자에서 들썩거리며 떨어질 뻔했다.


“악! 아! 네! 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아닙니다!”

“인턴 이엘리 양이 해줄 일이 생겼어요. 홀로그램으로 소통하는 것보다는 직접 말로 하고 싶어서요.”

“네! 말씀하십시오!”

“8층이 창고거든요~! '소돔에덴 STD'에서 필요한 기계들과 자료들을 챙겨서 가져오느라 정리가 안 되어 있어요. 이제 슬슬 정리할 때가 온 것 같아서요. 엘리 양에게 부탁을 드립니다.”

“별말씀을요! 부탁이라뇨~~ 가서 정리하겠습니다!”

“고마워요! 기계는 기계별로, 자료도 연도순이나 프로젝트 순으로 나눠줘요. 오늘 하루에 다 안 해도 되니까 천천히 하고! 쉬는 시간 꼭 지키고 밥도 꼭 챙겨 먹고요!”

“넵! 팀장님! 헤헤!”


데이터 차빈 팀장은 엘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인턴이라 막 대할 수 있을 텐데도 일도 넘치게 시키지 않고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분배해 주며 잘 챙겨주었다.

엘리는 트랜스포머폰을 들고 8층 창고로 내려갔다. 층마다 이동할 때에 이자가 꼭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트랜스포머폰에 사원증을 연동시키면 이자 없이도 가능하다고 해서 트랜스포머폰을 들고 이동공간으로 걸어갔다. 혹시 몰라 두 눈을 꼭 감고 8층을 외쳤더니 몸 자체가 부웅 뜨면서 8층으로 이동되었다.


8층 창고에 들어서니 문이 저절로 열렸다. 창고를 둘러보니 기술개발한 기계들과 종이나 사진으로 뽑아놓은 자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엘리는 팔소매를 걷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자 아자!”


기계는 기계끼리 한쪽에 몰고 서류들과 사진은 반대편으로 분리했다. 그러고 나서 서류들의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묶었다. 마지막으로 사진들 종류를 보니, 그동안 기술개발한 기계들을 찍어놓은 사진들과 에덴 STD에서 일한 사람들의 기념사진들이었다. 엘리는 사진들을 들고 한 장씩 넘기며 구경했다.


“오~ 여기 마도시님! 엇! 이분은!”


엘리는 에덴 STD의 초장기 사진을 발견했다. 보고 있는데 이공중이 눈에 들어왔다.


“참 미지의 인물이란 말이야.”


방금 정리한 서류들 중에 이공중에 관한 것이 있나 다시 살펴보았다.


“여기 있다~ 이공중님! 여기에도 사진이 있네? 이건 서류에 붙어있어서 따로 떼지 못하겠는 걸! 엇 그런데 이 사진은!”


어디서 많이 본 사진이었다.


“아? 크로스 오락실?”




2241년 12월 24일 금요일 크리스마스이브


12월 24일 금요일 크리스마스이브. 공중도시는 한창 크리스마스 준비로 바빴다. 오늘과 내일, 빨간 산타옷을 걸친 로봇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여러 색들로 반짝이는 빛을 내는 개똥벌레로봇들이 날아다니며, 공중도시를 한껏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동안 에덴 STD는 각 기업들의 대목인 크리스마스 이윤 창출을 위해 날아다니는 광고로봇들을 업그레이드하여 공중도시에 풀어놓았다. 어느 장소든 광고로봇에서 나오는 홀로그램 광고를 보고 일대일 맞춤광고와 시연, 식음, 시식 등을 준비했고, 광고로봇 안에 실제 물건들을 구비해 놓아 사용 후 바로 구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깔아놓았다. 이 광로로봇들은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활동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주로 3 지구 거주지나 무지개분수 주변으로 많이 분포시켰다.


“안녕하세요! 이엘리 님이시죠? 보니 음식과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옷도 좀 낡았고요. 미래옷은 어떠신가요? 한 번 입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 잠깐 점심시간에 쉬러 나왔어요~~ 그리고 저 돈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 그럼 아름다운 이엘리 님~ 공중도시에서는 개인신상정보가 이자로 다 인식이 된답니다. 공중도시 거주민님들이 원하시는 부분이기도 하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추천받기 원하시거든요. 이엘리 님은 피부가 좀 거칠어 보이시는데 해바라기크림은 어떠세요? 여기 샘플 있습니다.”

“샘플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 그럼 이엘리 님! 손을 대지 않고 먹여주는 손수로봇이 있고요. DF에서 내일 신제품이 나오는데 예약하시겠어요? 이번 신제품은 아주 저렴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톡톡히 낸다고 합니다. 시식해 보시겠어요?”


엘리는 혼자서 무지개분수 근처에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이자에 내려 분수 주변을 걷고 있는데 광고로봇이 붙어 엘리의 정보를 읽고 계속 권하였다. 광고로봇은 몇 가지의 회사들의 제품들을 다 가지고 있는지 샘플을 자꾸 보여주었다.


“이 끈질긴 로봇탱이 같으니라고~ 회사들이 아주 의기투합을 했어. 그런데 크리스마스 분위기?”

“네네~ 여기!”

광고로봇은 엘리의 말에 또 안에서 작은 빨간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시식용 초코 케이크가 있었다. 초코크림이 듬뿍 올려져 있어 한층 맛있게 보였다. 광고로봇은 시식하라며 내밀자 엘리는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오~~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 너무 이쁘고 귀엽다~.”

“정보를 받는 중입니다~~ 아! 초코 케이크 ‘크리스마스의 저주’를 드셔보시고 예약하시면 내일 바로 받아서 드실 수 있습니다.”


엘리가 시식용 초코 케이크를 손으로 집으려고 하자, 광고로봇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엘리 옆을 지나던 소녀에게 크리스마스의 저주를 권했다.


“아니! 나한테 먹으라면서!”


소녀는 초코케이크를 보자마자 좋아하며 단번에 집어서 입 속으로 넣어버렸다.


“냠냠 맛있다아~~~.”

엘리는 황당했지만 소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고아원 아이들이 생각났다.

“얼마예요? 여기서 예약하고 가나안에 보내줄 수 있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오직 공중도시만을 위한 신제품이거든요. 창세기 도시 신제품은 또 따로 나옵니다. 구매하시겠어요?”

“고아원 아이들 주려고 했더니만~ 언니랑 나랑 반반 나눠 먹지 뭐! 얼만데요?”

“66만 원입니다.”

“음~ 그럼 다음에 뵐게요!”

“할인해 드릴게요! 60만 원! 50만 원!”


‘저 사기꾼 로봇~ 대기업의 횡포다!’

엘리는 변덕진 이 광고로봇을 떠나고 싶어서 얼른 이자에 탔다. 천천히 분수 주변을 돌면서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수많은 광고로봇들이 다 ‘크리스마스의 저주’라는 케이크 시식을 권하고 있었다. 무지개분수 주변에 앉아 있거나 이자를 타고 지나가는 모든 공중도시 거주민들은 이 광고로봇들의 영업으로 초코 케이크를 입 속에 넣으며 결제하면서 예약하기도 했고, 먹기만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여기 사람들에게는 66만 원이 껌이겠지? 월급을 타도 저건 못 살 것 같다.”

이때 무지개 분수에서 물이 솟구쳐 오르면서 공중도시 전체로 뿌려졌다. 빨간색 물이었다. 엘리는 유리덮개를 덮고 있어서 맞진 않았지만 이자 겉표면이 빨간 물에 젖었다.


“오늘내일만 빨간색으로 뿌려지는 거겠지? 뭔가 피 같기도?”

북적거리는 무지개분수.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이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인구가 천 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라 천 명이 다 나와도 상관은 없을 공간이지만, 그래도 핏물을 뒤집어쓴 천 명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상상이야~~~ 얼른 돌아서 다시 회사로 가자고!!!”


엘리는 이제 그만 돌고 회사로 돌아가려고 방향을 트는데, 무지개분수 위에 그리스 옷을 입고 있는 마도시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에덴 STD에서 송출하는 새로운 광고가 하나 방영되고 있었다. 산타모자를 쓰고 산타 수염을 한 마도시였다.


“여러분! 내일은 행복하고 기쁜 크리스마스입니다! 공중도시 TV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펼쳐질 텐데요~ 224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추첨을 해서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오로지 공중도시에서만 주최하는 이벤트죠! 여러분은 세계 최고 중의 최고시니까요. 다 함께 폭죽을 터뜨린 후, 내일 저녁 6시에 추첨을 시작하려 합니다. 천 가구의 거주민 분들의 이름이 다 들어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안 오시면 여러분 손해입니다~ 하하하~ 그럼 해피 크리스마스이브~.”


이 광고는 무지개 분수 위에서도 송출 됐지만, 공중도시 전역의 홀로그램이 있는 곳이라면 다 송출되었다. 지금도 엘리의 이자 안에서도 엘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광고가 송출되고 있었다.


“이게 공중도시에 오더니, 지 맘대로 광고를 해! 진짜 광고차단하는 기술 만들고 싶다. 그러고 보니 개인이 열거나 승인도 하지 않았는데 누가 광고송출기술을 만든 거야?”


엘리는 에덴 STD에 들어가려던 중에 혼잣말을 아주 크게 하다가, 차빈 팀장님과 덜컥 마주쳤다.


“아! 그거? 이세벨?이라는 신입이 만들었다던데? 원래 신입한테는 이벤트 권한을 주지 않는데 노현재 팀장이 엄청 신뢰하고 있나 봐. 노현재 팀장을 견딜 정도면 이세벨이라는 친구 정말 대단한 인재지!”

“이세벨이요?”

“엘리 양 아는 사람?”

“아~~ 네~ 친언니예요.”

“오~ 엘리 양의 언니였다니! 자매가 머리가 좋은가 봐.”

차빈 팀장과 엘리는 잠시 1층 입구 근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만 머리가 좋아요. 소돔 학교 전교 1등이었어요.”

“엘리트 학교! 엘리 양의 언니가 무지개분수도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만 빨간색 물로 하자고 직접 건의도 하고 성분도 배합했대. 뭐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파격적이지. 노현재 팀장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그리고 중요한 건 대표님의 승인이 떨어졌다는 거지. 신기해. 엇~ 저기 노현재 팀장 나오네~ 노현재 팀장! 노현재 팀장!”


하지만 노현재 팀장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지 이들을 지나쳐 어디론가 가버렸다.

“뭔가 멍하신 것 같아요. 표정도 좋지 않고요. 어디 아프신 걸까요?”

“저 사람이 아프면 해가 서쪽에서 떠야 하는데 말이야. 에덴 STD를 대표하고 기술개발 하는 건 대표님이시지만, 전 시스템을 관리하는 건 노현재 팀장이라 10년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에서 일한 사람이야. 그래서 저 자리까지 올라간 거고. 무슨 일이지? 뭐 신경 써봤자지! 우리도 이제 올라가자고~.”

“네!”


엘리는 차빈 팀장과 함께 9층 데이터실로 복귀했다.


“언니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대단해! 나도 분발해야지! 꼭 나도 기술개발실 정직원으로 갈 거야!”


혼자서 두 팔을 들고 파이팅 하는 엘리였다. 그때 회사 내에 긴급한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


‘비상 비상~~.’


엘리는 깜짝 놀라 나가보니 다들 이동공간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엘리 양! 일단 나가자고!”


나가려는 데 엘리는 이세벨이 생각났다.

“팀장님! 저 언니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먼저 가세요.”

“빨리 확인하고 나와야 해! 조심하고!”


엘리가 9층으로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자리에 이세벨만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엘리는 이세벨에게 급히 다가가 보니, 이세벨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엘리가 이세벨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결국 이세벨 이자의 제어판에 ‘회사 1층’을 입력하고 엘리의 이자와 함께 이동했다. 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오는 중에, 다행히도 이세벨이 정신을 차린 듯했다.


“으음… 나 왜… 이러고 있지… 엘리?”

“언니! 언니! 정신이 들어? 무슨 일 있었어?”


회사 1층 입구 밖에는 에덴 STD직원들이 몰려 있었다. 차빈 팀장과 이은하 팀장이 다가왔다.

“다들 괜찮아요?”

“네~~ 그런데 언니가 혼자서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헉~ 저희도 팀장급이지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노현재 팀장이 아까 나가는 걸 봤는데.”

“나만 노린 것 같아… 내가 착각한 걸 수도 있지만 팀장님께서 음료를 주시길래 마셨는데, 마신 후에 기억이 안 나.”


이세벨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어 잡으며 눈을 꾹 감았다. 이세벨의 반응을 보며 다들 '노현재 팀장이 이세벨에게 해코지를 했는지' 생각이 들었지만, 확증은 없기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도 계속 회사 안에서는 ‘비상’이라고 울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모르겠어. 대표님은 계시려나.”

“아니요. 대표님은 병원에 가신다고 나가셨을 거예요. 오늘 대표님 휴무인 걸 팀장급들은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몇 분이 지나자 에덴 STD를 들썩이게 했던 그 경고 알림은 꺼졌다. 밖에 나와 있던 직원들은 왠지 모를 상황에 무서워하면서도 별일이 없자 괜히 겁먹었다며 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경찰로봇들도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공중도시 중앙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뒤이어 나팔소리가 들렸다.


‘콰광~~~ 뚜두두두두~~.’


“저기 좀 보세요. 저기 뭐죠?”

“응? 언니? 어디?”


이세벨이 공중도시 중앙의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공간에서 아주 큰 어떤 형체가 등장했다.


“저 광고도 이세벨 양이 한 겁니까? 크리스마스 이벤트로요?”

“아니요~ 지금 조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제가 했을 리가 없죠. 이벤트용은 아까 했는걸요.”

“그럼 저거 누가 한 거지?”


그곳에 있는 공중도시 거주민들은 굉장한 소리에 모두 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때 금빛 사슴 썰매 홀로그램이 저 멀리서부터 등장했다. 썰매에는 아주 날씬하고 새하얀 피부에 금빛 머릿결,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얇은 드레스와 하얀 털을 어깨에 걸치고 금빛 가면으로 눈만 가린 어떤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팔갑을 낀 오른쪽 손에는 요정들이나 들고 다닐 법한 별 모양의 요술막대기가 쥐어져 있었다.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그녀가 썰매에서 나와 요술막대기를 우아하게 휘젓자, 요술막대기에서 나오는 금빛이 온 공중도시를 감싸는 것만 같았다.

엘리는 사람들이 우두커니 서서 이 홀로그램에 멍하니 취해있을 때, 홀로 이자를 타고 중앙으로 달려갔다. 이 수상한 홀로그램을 아무도 조작한 사람이 없다고 하니, 누가 송출하고 있는지 꼭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엘리~ 같이 가!”


이세벨도 엘리의 뒤를 따랐고, 팀장 두 명도 함께 달렸다. 이자가 달리는 모드가 되자, 유리덮개가 자동으로 나왔다.


“우오오오~ 여신이다 여신!”

“아름다워! 새로 나온 연예인인가?”


사람들은 다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이브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네!!! 여신님은요?”

“네!! 사랑해요! 저랑 데이트해주세요!”

“오~~.”

“저 여자 짜증 나! 자기야! 그만 좀 봐!”


금빛 드레스 여인의 입가는 빨간 립스틱을 칠해서인지 웃을 때마다 입꼬리가 매혹적이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지만, 관심 없는 몇몇 사람들은 그 자리를 퇴장하려고 했다. 그때 금빛여인이 빨간 입술을 열며 유혹하듯이 다시 입술을 열었다.


“여러분! 잠시만 저를 봐주세요~ 저는 여러분에게 잊을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해드리려고 해요.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그런 놀라운 일들을 보여드릴 거예요. 여러분도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크리스마스의 심판’이 이번 이벤트의 주제예요. 마음에 드시죠? 우선 여러분이 저를 맞아주신 보답으로 먼저 이 선물을 드릴게요~.”

“당연하죠!”

“여신님!!! 실물을 보여줘요!”

“우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아름다운 여인의 홀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가 무지개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물을 맞고 촉촉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헤벌쭉 웃는 표정이 되었다.


“이 물은 여러분들을 오늘 환상의 세계로 안내할 겁니다. 내일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기대하세요. 사랑해요~ 여러분!”


금빛 여인 홀로그램이 사라지면서 분수에서 물이 한 번 더 나오더니, 이번에는 더 크게 공중도시 전체에 퍼졌다.


“이상해~ 다시 회사로 가야겠어. 대체 누가~!”


엘리는 돌아가려는 중에, 두 명의 팀장님과 이세벨을 보았다. 두 명의 팀장님의 얼굴표정이 다른 사람들처럼 웃는 표정이 된 상태였다.


“헉! 팀장님들!!! 언니! 언니는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엘리, 너는?”

다행히 엘리와 이세벨의 이자는 구형이라 유리덮개에는 빨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신형 이자는 유리덮개를 덮어도 물이 스며드는 유리라 두 팀장님들에게 무지개 분수의 금빛물이 들어간 것 같았다.


“나도 괜찮아. 그런데 이를 어쩌지.”

이엘리와 이세벨은 별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시스템 오작동인지 알아볼게. 엘리, 너는 팀장님들 잘 케어하고 있어.”


이세벨은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엘리는 혼자 돌아가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았다.


‘언니가 원래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었었나? 회사생활을 하면 책임감도 생기고 성숙해지는 건가 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창 웃고 있다가 슬슬 멍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멍한 상태로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팀장님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


“차빈 팀장님 어디 가세요? 이은하 팀장님!”


엘리는 걱정이 되어 차빈 팀장님의 뒤를 따라갔는데 다행히도 거주지역으로 들어가시는 것 같았다.


“괜한 걱정을 했구먼. 그런데 내일 이벤트 와봐야 하나? 아! 요나한테 전화해 볼까?”


‘요나~ 요나에게 전화를 겁니다~.’


“엘리? 무슨 일이야?”

“오! 바로 받네!”

“나 오늘 일찍 끝나서 집이야. 왜?”

“내일 무지개분수대에서 이벤트 한다던대, 너희 가족도 와?”

“모르겠다! 나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부모님은 이웃 재벌들 눈치가 보여서 가실 듯~ 에혀~ 너는 내일 뭐 하게?”

“나는 뭐 회사 숙직실에서 지내지.”

“그럼 나와! 이 오빠가 놀아주마! 하하하!”

“헐~ 뭐야~~ 고맙다 친구! 내일 저녁 6시부터 무지개분수에서 이벤트 시작한대. 그때 보자. 나는 인턴이라 크리스마스라도 일 좀 해놓고 가야 할 것 같아.”

“알았어~ 에취 에취!”

“갑자기 왜 그래?”


요나는 엘리와의 통화 중에 갑자기 기침을 했다. 무언가 매캐한 냄새를 맡은 것처럼.

“아니~ 집안에서 공기가 나오는데 오늘따라 냄새가 이상하네~ 에취 일단 끊어. 내일 저녁 6시! 에취!”


요나는 기침을 하다가 멈추질 못하고 끊어버렸다.


“공기타령을 하다니~ 남자 녀석이 몸이 약해서야~ 그나저나 집에서도 공기가 나오고 좋겠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런 집에 살면 좋을 텐데~.”


엘리는 입이 삐쭉 나오며 나훔의 엄마와 아빠가 생각났다.


‘엄마~ 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엄마! 나 엘리! 내일 크리스마스인데 뭐 해? 나훔이랑 애들이랑 다 같이 케이크 먹는다고? 부럽다~~ 맞다! 엄마 내일 공중도시 TV에 여기 공중도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찍는대. 꼭 봐!!! 이제 빨래 널러 가야 한다고? 알았어! 아아~ 잠깐! 엄마! 고아원 재정 상태는 어때? 뭐? 진짜? 말도 안 돼! 아~ 가야 한다고? 응응! 엄마 사랑해! 다들 안부 전해주고.”


엘리는 회사 숙직실로 돌아가면서 나훔엄마와 통화를 했다. 역시나 엘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방금 무지개 분수대에서 있었던 일은 금방 잊히고 마음이 좋아졌다. 회사도 더 이상 ‘비상’이라는 소리도 들리지도 않았고 조용한 상태였다.


“에덴 STD에서 다시 고아원에 지원을 한다고 했다니. 이세벨과 나 때문에 다시 마음을 돌렸대! 꺅!”


엘리는 매트리스에 누우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참 이상한 에덴 STD야~ 지맘대로 밀당을 하고! 그러니까 에덴 STD! 이 이엘리가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준다! 하하하!”

이전 16화공중도시 입성 – 이세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