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아부지의 텐션
오목게임 중 텔레비전 출연 회상
추석이다!
명절 때면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씨름'!!!!
나만 기다린다.
하하핫~
고양이엄마는 3개월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셔서 오늘이 그날이지만, 씨름에 관심 없으신 1인이시다.
나는 큰맘 먹고 무더위에 외출을 시도했다.
갑자기 씨름얘기하다가 외출이냐 싶지만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흥을 돋워줄 달달한 음료가 필요해서였다!
양산을 쓰고 커피를 사 와서 3시 5분에 시작하는 추석씨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디디디딩~'
"찍찍찍! 이 자식! 빨리 두라고~ 어딜!"
생쥐아부지는 모바일게임 배경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창 오목을 즐기고 계셨다.
아마 지금 시대에 태어나셨으면 PC방에서 헤드셋을 쓰지 않고 스피커로 배경음악을 틀어놓으며 하루 쟁일 게임을 하셨을 생쥐아부지다.
평소에 일밖에 모르셔서 일이 없는 날에는 축 처진 생쥐처럼 잠자고 티브이보고 손빨래만 하셔서 안쓰러웠었다.
고양이엄마도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힘들어하셔서,
고양이엄마께는 내가 그 당시 한창 재밌게 하고 있었던 색깔물 옮기는 게임과 물건 정리게임을 보여드렸더니 그것만 줄창하시고,
생쥐아부지는 오목, 바둑, 당구 등등 깔아달라고 하셔서 깔아드리니 오목만 줄창하시고 계신다.
나의 게임은 모바일도 있지만 명절날 찾아오는 씨름이라는 게임!
드디어 씨름이 시작되었다!
두둥~
어느샌가 경상남도 고성에서 씨름대회가 개최되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추석 끝날이라 백두장사를 뽑는 대회였다.
첫째날은 소백장사
둘째날은 금강장사
셋째날은 한라장사
넷째날은 태백장사!
둘째날과 넷째날밖에 못 봤는데, 금강은 체급이 90키로고 태백은 140키로다.
심판들을 소개하고 각 장사들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을 비춰주는데, 갑자기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초등학생 시절이었던가~
그날도 추석이었다.
생쥐아부지와 생쥐아부지의 형님, 그러니까 내게는 큰아버지이신데, 이 두분께서 씨름을 보러 가신다고 하시며 밥을 드신 후 바로 등촌동으로 출발하셨다.
등촌동인가 잠실인가 헷갈리지만
어쨌든 그때는 서울에서 씨름을 했다.
큰집에서 다 같이 씨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쥐아부지와 큰아버지가 화면에 딱하고 나오는 것이었다.
"우와~"
어린 마음에 간지 얼마 안 되셨는데 텔레비전에 나올까 하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오목 한판이 끝난 생쥐아부지께 말씀드렸다.
"아부지! 그때 텔레비전에 나왔었잖아!"
"맞아! 그때도 나오고 또 일하고 밥 먹는데 생생정보통에서도 물 마시러 가는 장면이 나왔지!
두 번 나왔네? 한 번만 더 나오면 유명인사 되겠는데? 막 초청받는 아냐? 캬캬캬~"
"푸풉~ 하하하핫~"
생쥐아부지 특유의 미소를 지으시며
소년처럼 순수하고 흥겹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니 내가 다 즐거웠다.
"찍찍찍~ 5급이야! 5급!"
하지만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생쥐아부지는 다시 오목게임에 하시다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드시며 자랑하셨다.
이제는 씨름보다 오목이 더 즐거운 1인이시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