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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Sep 18. 2024

멈추지 않는 장난꾸러기 생쥐아부지

"찍찍찍!"


내 방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방문 쪽에서 익숙한 생쥐의 소리가 들린다.
위쪽을 쳐다보니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바꿔보니 누군가 있다!
아부지다!
생쥐아부지는 '찍찍찍' 소리를 내며 내가 자신을 보는지 안 보는지 장난을 치고 계셨다!

"생쥐아부지!"
"지난번에 라마로 올려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생쥐가 뭐야~"
"아니~ 아무리 봐도 생쥐인데 어떻게 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찍찍찍."

이러고 유유히 퇴장하셨다.
어느새 5살이 되어버린 나는 생쥐아부지 꽁무니를 좇아 졸졸 따라가며 아부지 머리에 '콩!'하고 알밤을 드리면,

"엇! 언제 따라왔어!"
라며 놀아주신다.
내 나이가 몇 개인데 이러고 있냐만은 부모님 앞에서 영원히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생쥐아부지는 보통은 산골소년 모드라 나이가 할아버지뻘인데도 소년미가 풀풀 나셔서 나는 5살이어도 된다.
하하핫~




한편 거실에서,

"야! 옹! 내가 커튼 빼라고 했어 안 했어!"


고양이엄마가 그 잘달막하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아부지의 등덜미를 잡으시며 큰 목소리로 장풍을 내뿜으시는데,
50년의 내공이 쌓인 생쥐아부지는 고양이엄마의 장풍을 유연하고 가볍게 넘기신다.

아직 고수반열에도 오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소리가 귀를 뜨악하게 만들고 심장도 잠깐 놀라게 만든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부모님은 부부로서 잘 만나셔서 힘든 시절부터 죽어라 일하시고 가정을 잘 꾸려오셨는데,
이 쪼막만한 간을 가진 나는 현실적이지도 못하는데 부모님의 아이로써 적합한 걸까?
혹시 신께서 잘못 지정하신 건 아닐까?
간이 큰 아이가 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걸 고양이엄마가 아시면 "뭔 소리야!" 이러실 거고,
생쥐아부지는 "생쥐끼리 닮았는데 뭘!" 이러실 거다.

혼자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있는데,
나의 고민을 무색하게


"크크크"
생쥐아부지가 거실 소파에 앉아 모바일게임을 하는 고양이엄마에게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계셨다.

'탁!'
표정의 어떠한 영향도 없는 고앙이엄마는 질세라 그 귀엽고 작은 손으로 생쥐아부지의 머리를 푹신하게 토톡 치셨다.



"하하하하하~"

역시 장난이 멈추지 않는 생쥐아부지와 딱 어울리는 우렁찬 고양이엄마다!



언제 봐도 재밌고 감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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