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아들
오늘 저녁은 미수(米壽)인 어머니께서 시원하게 한턱내셨다.
큰아들 귀빠진 날이 칠순을 맞아 숫자가 바뀌었으니 의미가 다르다고 하신다.
한사코 말리는 며느리의 손을 뿌리치며 두둑한 봉투까지 내놓으신다.
“어머니, 나이가 몇인데. 이제는 안 주셔도 돼요.”
“괜찮아, 줘도 돼.”
“못살아, 진짜. 왜 그래?”
재미 삼아 봉투를 넙죽 받아 든 남편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다.
“어? 적당한 거 한 장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은데?”
짓궂은 표정으로, 마음속은 은근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엉거주춤하게 봉투를 들고, 정작 다시 드리지는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어머니 돌려드려요. 얼른요!”
“어머니를 드려도 시원찮은데, 주신다고 넙죽 받기는.”
한사코 거부하는 어머니와 은근히 좋아하고 즐기는 아들의 표정이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는 며느리 생일은 물론이고
세배드리면 며느리도 봉투에 적지 않은 현금을 넣어서 주신다.
봉투에는 연필로 꼭꼭 눌러쓰신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신다.
“건강해야 한다.”
우리 며느리 셋은 어머니가 주시는 봉투는 기꺼이 받아 챙긴다.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자식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라고 하셨다.
우리 역시 어머니께서 주시는 선물을 기꺼이 받고 싶어 한다.
선물은 염치없이 받으면서도 마음은 늘 무겁다.
연로하신 어머니의 주름이 점점 깊어지시니
세월의 끈을 잡고서라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 용돈 내년에도 또 주세요. 내 후년에도. 또 그 후년에도요.”
“우리는 오래오래 받고 싶으니까, 건강하셔야 해요.”
마음이 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