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고지로 향하는 2킬로 길

제설작업

by 마리혜



백두대간 주흘산 자락 600 고지에 있는 우리 절은, 읍내 외곽에서 약 2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 어귀에서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시내에 가까운 곳에 산이 이렇게 깊을까 하고 의아할 정도로 산새가 깊고 우거져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시멘트 포장길이 페이고 울퉁불퉁했다. 경사도가 심하고 좁은 외길로, 초보자나 운전 경험이 미숙한 사람은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길이었다. 3년 전 시의 지원을 받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자동차가 교차할 수 있도록 길도 넓어졌다.


주흘산 주봉을 배경으로 수려한 경관을 두고,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절 주위에 토굴로 지낼 장소를 물색하는 스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을과 가까워서 길을 넓히고 아스팔트 포장을 한 후로는 여행길에 우연히 들리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절에서는 초하루 법회 외에 매주 일요일, 정기적으로 법회가 열린다. 법회를 마치고, 오후에는 신도들이 모여 선지식이신 스님께 경전 공부와 가르침을 받는다. 산새가 깊은 듯하나 마을과 가깝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모두를 위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듯, 주지 스님의 성품 따라 도량의 청정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마을 어귀에서 장엄한 산사로 향하는 2킬로 남짓의 산길 역시 풍광에서 빠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길을 가꾸고, 트는 일이 누구에겐 엄청난 고역을 동반한 선물이 된다.


봄에서 가을까지, 하룻밤 새에 쑥쑥 올라오는 잡초들이 잠시 눈을 돌리면 우거져서 길가에 드러누워 버린다.

때맞춰서, 상고머리처럼 쌈박하게 작업해 줘야 한다. 길가에 선 감나무들은, 허리를 감아올리며 우산처럼 덮어버리는 칡넝쿨을 재빨리 걷어내주지 않으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겨울, 폭설일 때 쌓이는 눈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산사는 고립되고 올라가는 길은 모두 멈춰버린다. 주말에 눈이 내릴 때 역시 제때 작업하지 않으면 법회를 열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미리 작업 준비를 하고 눈이 그칠 때를 기다려야 한다. 눈이 그치면 그때부터 어깨에 멘 송풍기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길을 틔운 눈가루는 뿌연 하늘을 가르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2킬로 길을 가꾸는 일, 아니 손보는 일이 맞겠다. 이 일을 남편이 8년 전부터 봉사해 오고 있다. 자청하고 해온 일이지만, 이제는 그만한 나이인 만큼 힘겨워하고 있어서 보는 내 마음도 무척 안타깝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제초 작업하느라 닭똥 같은 땀을 뻘뻘 흘렸던 모습이 이젠 아찔하다.


이제 곧 눈이 오는 계절, 넓어진 길은 편리함을 주는 반면에, 제설 작업은 더 힘들어졌다. 송풍기는 남편의 어깨보다 더 무거워서 눌려버릴 텐데 버텨내는 모습을 또 어찌 볼까 싶다. 작년엔 열두 번 내린 눈이 원망스러웠다. 이제는, 힘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힘이 들면 애써 길을 틔우려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두라고 했다.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그냥 하는 거지 뭐.”

신심이 깊은 사람을 아니다. 단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그냥 마음을 조금 냈을 뿐이라고 한다. 어느 날 찻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건네는 말이 찡했다. 속에는 눈물이 났다. 남편이 고마웠다.

올여름 작업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다가올 겨울 눈은 덜 힘들게 너무 많이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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