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업자 쫑파티

손자 할아버지 수고했어요.

by 마리혜


지난 가을의 일니다.

한잔 거나하게 걸친, 손주 할아버지 모습을 참 오랜만에 봅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현관을 들어서며 취기 도는 웃음을 짓습니다. 피곤해 보여도 무척 기분 좋아 보입니다.


“쫑 파티했어. 고마워서 2차는 내가 쐈지. 허허” 오늘 마지막 일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저녁 먹고 기분 좋게 한잔했다고 합니다.


이곳은 과수 재배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주로 사과 농사를 합니다. 그에 비해 일손이 많이 부족하지요. 가을 철 바쁜 수확기가 되면 가끔 친구의 일손을 돕기도 합니다.


퇴직하고, 주로 오전에 탁구를 즐기고 간단한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던 사람입니다. 워낙 부지런한 성품으로 친구 일을 돌봐주다가, 가을 한 철 거의 전업자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어머니는 칠순이 된 아들이 이제 좀 쉬어도 되는데 그런다고 나무라십니다. 시누이도 오빠가 이제는 좀 안 해도 되지 않아?”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씩씩하게 일터로 향하는 남편에게 웃음으로 배웅합니다. 마치고 돌아오면 수고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햇볕에 잔뜩 그을리고 들어올 때는 마음이 짠하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준비를 마치고, 30분 후면 집을 나섭니다. 전 날 미리 옷가지를 챙기고,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마치 오래 익혀온 습관처럼요.


그렇게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사과 따는 약 2주의 일정이 오늘로 마무리 작업을 했습니다. 허허 웃음 짓는 표정이 영락없이 “나, 수고 많았어. ”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수고한 남편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 주었습니다.

“애썼어요. 그동안 너무 애썼어. 그만해도 돼요.”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웃습니다. 봄부터 사과 꽃 따는 일, 사과 열매 솎아 주는일, 사과 따는 일등 아마 한 달 여가 될 겁니다. 소일거리지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애쓴 손주 할아버지 고마워요.♡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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