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친구!
지난가을 암진단받고 수술한 남편의 병간호에 여념이 없는 40년 지기. 우리 집 뒷길 건너편 가까이에 살고 있지만 한 달 남짓 만나지 못하다 오늘 만나 나들이를 다녀왔다. 나들이라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다. 잠시 쉼이 필요한 친구를 위해 점심 먹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일이 전부였다.
그녀의 남편이 아프기 전에는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그 순간 뜻이 맞으면 멀지 않은 곳이면 어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다녀오기도 했다. 그녀가 고단한 몸을 잠시 쉴 수 있게 낸 마음인데, 실은 내가 떠나고 싶어 했던 순간에 그녀가 기꺼이 동행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늘 그렇게 말없이 서로 긍정하고, 인정하고 지냈다. 그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친구이다. 40년 동안 한결같이 내 곁에서 말없이 있어 준 친구이다.
우리는 그녀가 가장 어려울 때 만났다. 그녀는 매일 아침 갓난아기 둘러업고 1킬로 떨어진 시댁으로 걸어서 출근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우리 집을 지나갔다. 아기 업은 어린 새댁의 뒷모습은 축 처진 어깨에 생기라고는 없었다. 읍내 내노라는 부잣집 둘째 며느리임에도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늘 지쳐있었고, 우울해 보였다. 작고 앳된 얼굴은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가다가 우리 집 앞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 등에 업힌 아기와 우리 딸이 비슷해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건넸다. 그렇게 차 한잔이 인연이 되었다. 오늘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그때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떠올렸다. 그녀의 이야기는 힘들 때나 위로받고 싶어 할 때, 늘 함께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고생담은 어쩌다 들어도 눈물겹다. 이제 그녀도 혹독한 시집살이 추억도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하는 나이가 돼버렸다. 앳되던 어린 새댁의 얼굴이 40년 세월을 흐르면서 어느덧 황혼의 노을빛으로 잠잠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 예순이 훌쩍 넘어 손주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어찌 붙잡으랴.
남편 건강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그녀다.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만 선별해서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내 손에 뭔가 잔뜩 들려준다. 기피 낸 들깨 가루와 흑임자. 몸에 좋은 비트를 몇 조각 띄워 빨갛게 우러난 양배추 물김치까지. 솜씨도 좋은데 영양가까지 듬뿍 넣은 그녀의 정성이 느껴진다.
고마운 친구!
“우리 가까이 사니까 언제든 바람 쐬러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 ”
“좋은 거 맛있는 거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
잠시 만이라도 그녀를 편히 쉴 수 있게 함께 한 시간이 나를 위한 휴식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