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선물
지난해 겨울의 일이다.
연말이라 모임과 지인들의 약속으로 외식하는 날이 잦아졌다. 하루 걸러 잡히는 약속에 바쁠 일 없는 사람도 덩달아 바빠지는 분위기다.
그 와중에 작은딸이 주말 저녁 식사를 하자고 사위, 손주들과 함께 친정 나들이를 왔다. 새해를 앞두고 그냥 보내기에 아쉬웠던지 주말을 이용해서 한 시간 거리를 달려와 주었다.
싹싹하고 붙힘성이 있는 둘째 손녀사위를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도 모시고 함께 식사를 했다. 어머니는 둘째 사위만 보면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신다. 연신 싱글벙글하시면서 사위 손을 꼭 잡고 놓을 생각을 안 하신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을 때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사위도 할머니의 마음 알기에 올 때마다 작은 선물 꾸러미와 용돈을 챙겨 드리며 감사 표시를 한다.
우리는 사위와 손주들을 만나면 좋지만, 출장이 잦은 사위가 주말에 편히 쉬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워 극구 말리지만 듣지 않는다.
명절이나, 때만 되면 우리처럼 양쪽 어른을 챙겨야 하는 강박을 갖지 않길 바라는 뜻에서, 딸들에게 신경 쓸 일은 거의 말하지 않는 편이다. 또 시어른들만 잘 챙기면 되니까 우리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은 우리 힘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더 늙어서 힘이 떨어질 때 돌아봐 줘도 돼.”
마침, 딸들은 시어른들이 가까이에 살고 계셔서 챙겨 드릴 일이 많을 테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다행히 딸들은 시어른들 곁에서 원만하게 소리 없이 사는 것이 그저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우리 마음은 친정 부모 챙기느라 애쓰고 마음 두기 보다 시어른들을 더 챙겨드리면서 우애 있고 화목한 가정을 키우기를 더 바라고 기쁘게 생각한다. 이 마음은 아마도 모든 친정 부모의 비슷한 바람이다.
하루 저녁 다녀간 딸 가족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왔다. 나의 딸 자체가 선물인데, 무엇을 더 바랄까. 사위, 손주들과 오늘 저녁 함께 한 시간만으로도 가슴 한편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