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지난밤 꿈이 현실로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을 때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사는 곳은 거의 모든 택배가 빨라야 오후 서너 시가 돼야 도착한다. 배송은 가까운 시청 소재지 방문을 마치고 28킬로가량 떨어진 우리 읍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사는 동안 3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오전에 도착한 일이 없었다.
오전 10시 30분쯤. 막 집 안 청소를 마치고 인기척이 들려 현관 밖을 내다보았다. 주문한 상품을 한쪽 벽에 밀어놓고 직원은 번개같이 사라져 버렸다. 웬일이지? 주문한 물품이 일찍 도착해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침, 작업하러 간 남편의 간식을 챙겨 나가려던 참이어서 택배상자는 현관 안으로 무심히 들여놓았다. 다녀와서도 내가 주문한 상품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단지 해가 바뀌고 오전 배송으로 바뀌었을 거란 생각만 했다. 택배 상자를 서둘러 개봉했다. 면도칼로 박스 접착테이프를 가르는데 예상보다 빠른 배송에 손놀림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어, 너무 좋은데?”
“오후에 도착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도착했다고? 그것도 오전 배송으로?” 총알 배송의 혜택을 이제 우리 동네 시골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주문한 상품의 무게가 가벼운 것에는 의심하지도 않았다. 단지 오전 배송이 되었다는 변화에만 생각이 집중되어 있었다. 주문한 청소 도구와 물걸레 청소포의 무게가 꽤 나갔음에도 잠시 그 생각은 멈춰있었다.
박스 속에는 예상했던 청소 도구가 아니었다. 지난밤, 쇼핑 사이트 장바구니에 넣어둔 밤색 기모 바지였다. 청소 도구보다 바지가 먼저 도착했다. 참 이상했다. 더군다나 고급스러운 외제 텀블러도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단단히 포장되어 있었다. 바지가 가성비도 좋은데, 텀블러 까지라니. 이런 추가 조건이 있었다는 줄도 미처 몰랐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장바구니에 넣어둔 제품이 도착했다. 그것도 결제되지 않은 상품이 오전 배송이 된 것이다.
“잠시 정신이 출타했었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확인했다. 넣어둔 제품은 그대로 있었다. 결제 계좌도 확인했지만, 결제된 사실도 없었다. 문제의 씨앗은 소리 없이 있다가 맨 마지막에 불쑥 나타난다. 그제야 박스에 붙은 송장을 확인해 보았다. 대구 땡땡! 아, 정말 기가 막혔다. 이 절묘한 타이밍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연은 이랬다. 대구에 사시는 독자께서 하매나 만나면 주시려고 품고 계시던 물품을 때맞춰 보내주셨다. 택배의 주인공은 텀블러였다. 파란 바탕에 꽃으로 장식되어 무척 고급스럽고 예뻤다. 민화에서 봄 직한 그림이었다. 텀블러를 보내주기 위해 두꺼운 스티로폼에 싸고, 또 밤색 바지를 사서 함께 보내주신 거였다. 공교롭게도 똑같은 바지에 그것도 밤색이라니. 마치 지난밤에 꾼 꿈이 오늘 현실로 이루어진 착각이 될 정도로 놀랠 일이었다.
내가 힘들 때 나보다 더 힘들어하시고, 좋아도 덤덤하게 표시낼 수 없을 때 나보다 더 좋아하고 기뻐해주시던 분이다. 진심이 담긴 소통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는다. 그렇게 내 속에 늘 들어 있는 분 중에 한 분이시다. 가끔 이렇게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서로의 마음속에 좋은 사람으로 있다면 우연처럼 다가온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많은 사람 중에서 나 역시 사람 좋은 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