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사랑
새우를 손질하다가 어머니가 문득 떠올라 어색한 웃음이 나왔다. 다리와 수염을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하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부지런히 다듬어도 손질할 새우는 줄어드는 표시도 없다. 남편도 해줘 본 일이 없는 새우 장을 손자 먹이려고 정성을 쏟고 있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새우 다듬다가 뜨끔했다. 어머니가 가까이 계셔도 정성 들여 챙겨 드린 적이 없어서 마음에 찔렸다. 가끔 필요할 때마다 드실 수 있도록 반찬 만들어 드리거나 사서 드리는 것이 전부였으니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허리가 뒤틀리니 조금 지루했다. 하지만 허리 뒤틀리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자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장이니까 당연히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었다. 유치원 때만 하더라도 입이 짧아서 엄마 속을 태우던 아이였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 밖에 안되는 손자가 어른 입맛으로 훌쩍 커버렸다. 그것도 매운 떡볶이에 새우장이라니. 매운 국밥도 거뜬히 먹어치우는 손자 녀석이 기특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우리 이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뭐야? 할머니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할머니, 새우장이 제일 좋아요.”
이미 딸이 귀띔해 주었듯이 새우장과 게장 중에서 그래도 새우장이라고 한다. 어린아이가 웬 새우장? 속으로는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딸은 아들(손자)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다음번에는 직접 만들어주기로 약속하고 먼저 인터넷에서 새우장을 검색해서 배송을 시켰다. 한 달 전의 그 약속을 오늘 지키게 된 것이다. 3킬로의 냉동 새우를 새우장 담기까지 세 시간가량 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 시도해 보는 새우장이 이렇게 많은 정성과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모르면 용감해진다는 말이 맞았다. 검색창에 뜬 레시피는 간결하고 손쉽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양을 측정하지 못하고 3킬로나 덥석 주문을 넣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다시 담는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새우 장 양념 맛을 보았더니 생각보다 꽤 간이 잘 맞았다. 이 정도면 처음치고 성공했다고 나에게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이랑이한테 깜짝 선물해 주고 싶었다.
“딸아, 할머니가 우리 이랑이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말하는 건데, 새우 장 만들었다? ”
“우아, 이랑이가 너무 좋아하겠는데? 고마워. 엄마!”
“우리 사랑이는 뭐 제일 먹고 싶어? 좋아하는 거 할머니가 해주고 싶어.”
“할머니, 떡볶이 먹고 싶어요.”
다음에 만들어야 할 메뉴는 손녀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당첨됐다. 일을 만들어서 하는 손주 할머니의 일상이 늘 이렇다. 그래서 브런치 글쓰기는 늘 총총거리고, 독서는 매일 허덕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