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이랑이
오늘은 외손자 이랑이 만나러 가는 날이다. 우리 이랑이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으로 다른 손주들에 비해 선뜻 안기지 못하는 손자였다. 더군다나 유치원 다닐 때는 키도 작고 왜소한 편이었다.
이랑 엄마인 작은 딸 역시 차분하고 예민한 성품으로 유치원 다닐 때 모습이 이랑이와 많이 닮았다. 아기 때도 잘 울지도 않고 순해서 키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눈도 천사같이 맑고 반짝반짝하고, 순둥이도 그런 순둥이가 없었다. 그래서 손이 별로 타지 않는 손자였다.
한 번은 식당에서 두 딸의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첫째 네 손자들 서진이와 승현이는 둘 다 사내 녀석들이라 에너지가 넘쳐서 손주 넷이 다 모이면 가끔 후탈이 생겨서 신경이 쓰였다. 마침 조용한 둘째 네 손주들은 얌전히 엄마 따라 나오고 있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당 앞은 찻길이어서 천방지축인 첫째 네 손주들을 살피느라 먼저 손을 잡고 문을 나섰다.
즐겁게 저녁 식사도 마쳤겠다, 카페로 들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겼기 때문에 둘째 딸의 표정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손주들은 저들끼리 모여서 깔깔대고 장난치고 주거니 받거니 장난감 놀이 하며 잘 보냈다. 가까이 사는 둘째는 돌아가고 첫째네 두 손자는 여전히 엉겨서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놀고 있었다.
“엄마, 아까는 섭섭했어. 저녁 먹고 나올 때 우리 아이들은 손길도 안 주고 언니네 애들만...,”
입이 천근만근인 우리 둘째 딸이 이런 말 할 때는 조금이 아니라 많이 섭섭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에구, 미안해, 딸.”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연한 생각이 말 없는 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두 딸은 연년생이고 각각 두 손주들이 있다. 둘째가 먼저 결혼했지만 4명의 손주들은 서로 같은 해에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외할머니로서 서운해하지 않게 사랑을 나눠주려고 애를 써야 했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마음의 준비를 해도 간혹 빈틈이 생긴다. 이번처럼 생각지 않고 있다가 딸이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면 아차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딸의 말이 맞았다. 고만고만한 손주들이고, 딸들도 연년생이니 그럴만했다. 나라도 그런 마음이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만 했다.
그 후로 아이들이 다 모이면 더 긴장했다. 안아줄 때도 4명을 차례대로. 첫째 네 만날 때는 모든 사랑을 다 줄 것처럼. 둘째 네 만날 때도 역시 모든 사랑을 다 줄 것처럼.
둘째 네 손자는 지금도 여전히 묵직하다. 첫째 네 손자들처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 하기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랑이의 방법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차츰 표현 방법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이랑이가 초등학교 4학년 되더니 뭐든 잘 먹고 우량한 편이다. 그래서 태권도를 무척 열심히 한다. 관장님이 보고 싶어서 도장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온순하지만 열심히 놀고, 운동을 좋아하는 이랑이가 참 사랑스럽다.
며칠 전 만들어 놓은 이랑이가 좋아하는 새우장과 사랑이가 좋아하는 떡볶이 떡을 장만해서 이랑이를 만나러 가려고 준비해 두었다. 우리 이랑이, 사랑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한 해도 내가 기분이 다 좋다.
잠시 후면 이랑이 만나러 간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