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에 밀려 난 맏 동서

이젠 송편 만들기 담당. 그래도 행복해요.

by 마리혜

젊은 할머니 입장에 나이를 들먹거리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마는, 들고 보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저는 동갑내기 두 동서를 둔 맏며느리입니다.


각종 대소사의 어른들과 남자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자잘한 일들이 많아요. 가족의 화목을 다치지 않고, 잡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눈치껏 교통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맏며느리로서 표 나지 않는 일이지만, 자리라는 것이 힘겹게 다가올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주방에서만큼은 각을 잡고 우두머리 역할을 수행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는 자리이지요.


어찌 된 일일까요. 이번 명절은, 무려 10살 차이 나는 두 동서 덕분에 주방에서 거실로 밀려났습니다.


명절 준비하는 동갑내기 두 동서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했어요. 장보기는 제가 했지만, 다듬고 씻고 조리하는 일을 두 동서가 척척 알아서 합니다.


난이도가 있는 음식은 둘이서 각각 책임을 맡아서 해냅니다. 주방 일은 둘이서 알아서 할 거니까 아무 염려 말고 거실에서 쉬고 계시라는 말도 곁들이면서요. 어설픈 어른 자리가 돼버린 거지요.


쉼은 송편 만들기였습니다.

추석 명절에 송편 만드는 것은 오로지 우리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주방에서 밀려난 저는, 어머니와 함께 송편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송편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한결같은 솜씨를 가진 어머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예쁘게 만드는 솜씨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속도만큼은 빠르게 할 자신이 있었어요.


오늘은 비록 주방에서 밀려났지만, 어머니와 함께해서 송편 만들기를 빠른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끝날 무렵에는 제 솜씨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주방에서 두 동서가 척척 알아서 잘해주어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두 동서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습니다.

2025.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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