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염치없어 지고 싶어요.
추석이 가까워지면 우리 어머니는 무척 바쁘세요.
텃밭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어머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열 가지도 넘습니다.
김장을 도와줄 채소들이 작은 텃밭에 옹기종기 다 모여있어요.
와중에 고구마 줄기 따서 껍질 벗겨 삶으시죠.
방울토마토가 익으면 한 소쿠리 따서 두 몫으로 나눕니다.
그러고는 전화하세요.
“어미야, 집에 나물 가지러 올래?”
숨도 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갑니다.
보랏빛 연서로 물든 가지와
단단한 근육질 호박까지 얹어 주십니다.
그러자니 오가는 걸음걸이가 늘 총총거리세요.
못 말리는 시어머니시죠.
이 대목에 가서는 제가 오히려 잔소리하는 편입니다.
그것만이 아니시랍니다.
텃밭의 땅콩이 수확을 기다려요.
참기름을 짜려면 방앗간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추석이 코앞에 서면
조그만 텃밭에서 자란 다양한 채소는
어머니의 손끝에서 매직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변신한 재료들은 자식들 숫자만큼 구분 지어 놓습니다.
추석에 다녀가는 며느리들 손에 들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땅콩
참기름
들기름
가지
호박잎까지 얹어서요.
이번 추석도 어김없이 챙겨주셨어요.
이 나이가 돼도 넙죽넙죽 받아먹는 저는
받을 때마다 염치없어집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생각합니다.
“어머니, 더 더 오래. 10년도 더 염치없어지고 싶어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