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손님

엄마 마음 알 것 같아요.

by 마리혜


사위를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생전에 친정 엄마는 어른이라고 사위를 가볍게 대하지 않으셨어요. 늘 조심스러워하셨죠. 사위에게 함부로 말을 꺾는 일도 없으셨고요.


사위와 어울려 식사해 본 것도 친숙해질 만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거리가 먼 이유도 있었지요. 더군다나 친정 나들이는 1년에 고작 한 번 설 명절뿐이었습니다.


시댁 명절에는 형제는 물론이고 출가한 두 시누이도 빠짐없이 모입니다. 어머니의 백년손님은 저에게도 어려운 존재였어요. 시댁 손님을 치러야 하니 친정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저의 친정 엄마는 먼 오지에 뚝 떨어뜨려놓고 온 딸을 보시겠다고 찾아오기에는 너무 먼 길이었습니다. 사위 또한 경상도 사람 아니랄까 봐 장인 장모에게 살가운 사위는 못되었어요.


아주 오래전 어느 날 어렵게 친정 부모님께서 오셨어요. 저녁 식사 후에 재빠르게 뒷설거지 돕는 남편을 보시고는 저를 나무랍니다.


"남자를 이렇게 부려먹는 게 어디 있니?"


아주 낯선 모습 대하듯 놀래시더니 사위를 끌어 앉힙니다. 남편을 함부로 대하는 줄 아셨던가 봅니다. 평소에 잘 도와주고 남편도 즐겁게 하니까 저로서는 불편할 게 없었고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마음 알 것 같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위를 더 많이 사랑하시는 방법이시겠지요. 친정 엄마는 사위 앞에서는 늘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셨어요.



사실 엄마처럼 저도 오늘 그랬어요. 연휴 마지막을 편하게 쉬고 있는 사위에게 실례가 될까 싶어서 손주들만 만났어요. 예고 없이 사위의 휴식을 빼앗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


손주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잘 놀았습니다. 저도 흐뭇했고요. · 이것이 행복이겠지요. 뒤늦게 사위가 알고 저녁을 근사하게 대접을 해주더군요.


신경 써준 사위가 고맙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김서방,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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