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박영감 Jun 28. 2024

where are they "FROM"?

몬스터 도감

 자연발생설 (Spontaneous)


    '원더랜드'에서 모험의 방해요소이면서, 동시에 처치하면 경험치를 줘서, 레벨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을 통틀어 몬스터(괴물)라고 불러. 대도시를 벗어나면 쉽게 마주칠 수 있고, 100%는 아니지만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더 강한 개채가 서식하지. 그리고 대부분 몬스터가 모험가들이 모여있는 대도시로 대놓고 쳐들어오진 않지만, 특수한 개체 몇몇은 도시의 어둠을 틈타 인적이 드물고 으슥한 어딘가로 몰래 숨어들어 호시탐탐 방심한 모험가를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까, 아무리 안전한 지역이라고 해도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을 행동불능상태에 빠트리려고 먼저 달려드는 게 보통이야. 이렇게 먼저 달려드는 이유로 여러 가지 가설이 세워졌는데, 사실 그들과 터놓고 대화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다만 이것이 궁금해서 연구하는 '프로파일러'라는 신규 클래스가 생기기도 했지. 그들의 활동 결과,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우선 몬스터가 자신의 보물을 빼앗기기 싫어서인 경우, 또 자신의 영역에 무단침입한 것이 못마땅해서인 경우, 간혹 진짜 어떤 미친놈들은 지나가는 데 그냥 눈에 띄어서 그랬다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몬스터도 살기 위해서였다는 거야. 야생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생각. 바로 그 생각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해. 이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생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을 거야? 그들은 일단 살아남으려면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고, 나름의 공동체와 질서도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가 모험한답시고 툭툭 건드리지 않으면 그냥 가만히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몰래 해보기도 해.


생물속생설 (Biogenesis)


    개중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개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소통 수단이 있는 것 같아. 자신들만의 언어 체계를 만들 정도로 지적인 수준이 높은 것으로 봐선...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얘들은 없애도 없애도 어디선가 불쑥불쑥 다시 튀어나온다는 점이야. 이 몬스터(괴물)들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말하더라고 '돌아이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이렇게 끊임없이 몬스터가 재생하는 것을 Respawm (리스폰), 혹은 Regeneration(줄여서 리젠)이라고 해. '재배치냐, 회생이냐' 무엇이 맞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해. 자연발생이냐? 생물속생이냐? 무엇이 진실일까? 몬스터는 그냥 생기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나중에 일류모험가가 되면,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지금은 초보 Zone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이 약하디 약하게 느껴지겠지만, '원더랜드' 초창기만 해도 파티를 짜서 사냥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상대였어.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모험가들 능력치가 상향평준화 됐다고 했지? 그래서 지금은 경험치를 거의 안 주는 이런 몬스터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됐어.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할까? 이제는 특별한 관련이 없으면 뉴스 혹은 Shorts로 보고 넘기는 오락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야. 게다가 신규 모험가의 유입까지 확 줄면서 초보 Zone의 몬스터 적체는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우리들만의 걱정일지도...


    그런데 무관심은 언제나 어마어마한 무언가를 은밀하게 키워내기 마련... 그게 몬스터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마왕일 수도 있고? 폭군일 수도 있고? 오히려 영웅일 수도 있어. 그리고 무관심뿐만 아니라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혐오'는 멀쩡한 모험가도 몬스터로 둔갑시킬 수 있어. 이게 정말 무서운 점이야. 어쩌면 포용과 관용을 잃어버린 '원더랜드'는 몬스터 양성소가 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몬스터는 자연발생, 생물속생 두 가지 원인으로 끊임없이 출몰하는 걸지도 몰라. 무관심과 혐오, 그 외에도 다른 많은 원인들로 몬스터가 될 다음 대상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어!
이전 11화 et cetera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