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비자발적
스탯 초기화
비자발적 스탯 초기화
원더랜드에서 모험가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는 개개인 별로 따지면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론적인 평균으로 시기를 따지면 대게 대학 졸업장을 따는 24살 전후가 될 거야. 그리고 모험가들 대부분은 그때 첫 스탯 초기화를 경험하게 되지. 참 희한하지? 그동안 인생의 절반을 의무교육에 힘 쏟았는데, 그때 쌓은 스탯이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평등하게 의무교육으로 똑같은 분야의 스탯을 쌓을 기회를 얻게 돼.
물론 평등하다는 말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 클래스 소개에서 '수저계급' 많이 언급했었지? 사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경주를 시작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 하지만 어쨌든 제도적으로는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여기서 그만 그 얘기는 패스할게~! 그렇게 의무교육으로 쌓은 스탯을 매년 평가하고, 그 결과로 나래비를 세워 순위에 따라 좋은 대학에 진학하게 돼.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면 이때부터 쌓는 스탯은 많이 다양해지는데, 하지만 모두의 목표는 뭐다? 그렇지 바로 일류 모험가가 되는 거 아니겠어? 이리 돌아가나~ 저리 둘러가나~ 결국 목표는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거지. 그렇게 대학에서 나름의 스탯을 쌓아 졸업장을 획득하면 초보 모험가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는데... 그런데 그렇게 자격을 얻어 모험을 시작할 때, 길드에 들어가 건, 솔플(솔로 플레이, 솔로잉)을 하건, 어둠의 길로 들어서건, 전부 신입에게 하는 환영의 말은 '그동안 배워 온 것들은 모두 잊어라!'야. 흐흣~ 결국 '스탯 초기화'지.
자발적 스탯 초기화
그동안 의무에 갇혀 모험가로서 첫발을 내딛을 준비만 하다가, 막상 진짜 모험가가 되면 갑자기 엄청난 자유가 주어져. 물론 자유가 커진 만큼의 책임도 같이 따라오지만...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에서 고인 물(악귀) 모험가들의 '갑질' 스킬로 신규 모험가 중에 이탈자가 속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선 '마마보이, 파파걸'이라며 자립적이지 못한 모험가들을 비난하던 행위를 불건전 행위로 새로이 규정했어.
그리고 시니어 모험가들이 자신과 연계된 주니어 모험가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치맛바람'이라는 새로운 스킬을 줬는데... 이게 또 요즘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더라고. 거기에 솔플을 지향하는 모험가를 위해 초반 20 레벨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그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3단 콤보 스킬을 줬는데... 이게 또 기존 모험가들까지 이탈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더라고. 사실 그동안 '원더랜드' 운영진이 조금 안일하게 있다가 갑자기 불똥이 떨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만든 시스템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잡음이 많아.
그래서 운영진들이 신규 모험가들이 보호도 받으면서 자립적으로 퀘스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밤낮없이 고민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건 뭐 요즘은 조금만 힘들어도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접어버리니까...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많은 모험가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힘들게 쌓은 스탯을 자발적으로 초기화하는 '퇴직'스킬까지 써가면서 버티는 것 같더라.
게다가 예전에는 일부 스탯이 좀 부족해도 경력, 경험, 노하우로 어느 정도 커버를 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려고 하면 올 스탯 가득 채우는 것을 기본처럼 생각하다 보니, 아무리 자발적인 스탯 초기화였지만, 맨땅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리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감히 단언하건대... 스탯 초기화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결정해야 해! 사실 뭐 나가면 지옥이라느니... 369법칙이 있어서 3년 차 6년 차 9년 차만 버티면 정년을 할 수 있다느니... 이상한 시답잖은 유언비어가 많은데... 이건 다 말도 안 되는... 안 해본 사람들이 '카더라 통신'을 퍼다 나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귀담아듣지 말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후에도 '스탯 초기화'라는 결론이 나오면 그때는 과감히 용기 내서 시도하기를 바라.
파이팅! 아자아자!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