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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포진의 계절이 가고 수족냉증의 계절이 다가오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씀

by 철없는박영감
다한증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다한증이라고 하죠, 손발에 땀이 많았습니다. 소심한 성격 탓도 있었겠지만, 한약을 먹으면 증상이 좀 나아졌던 것을 생각해 보면, 체질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 보면, 제가 보는 교과서나 필기하는 노트는 종이가 물을 먹었을 떼처럼 우글쭈글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할 때는 종이가 땀에 떼처럼 밀리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직장을 다니면서 일단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밀려 종이와 펜과는 안녕했고, 특히 만날 오전에는 숙취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생활을 하다 보니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숙취로 괴로울 때는 손에 땀나는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그러다가 이제 백수로 생활을 한지 어언 4년 차가 되어가는데... 만날 말짱한 정신으로 살다 보니 다시 시도 때도 없이 손발에 나는 땀이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손발을 자주 씻고, 계속 말리고, 되도록 건조하게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요. 아~ 그러다 보니 '한포진'이라는 게 생기더군요. 일종의 습진인데 원인이 정확하진 않지만, 저 같은 경우는 보습이 잘 안 되면서 작은 수포들이 올라오는 증상이 생기더군요. 히히 이 핑계로 한동안 설거지도 게을리했습니다. 막 가렵고, 따갑고, 아프진 않은데... 외관상 많이 보기 싫은 데다가 요즘 뉴스에서 '매독'이 크게 번진다며 물집 잡힌 손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것에 식겁하기도 했고요. 연초에 입술에 물집이 잡혔는데, 이게 알고 보니 성병이라더라고요. 사람을 만나질 않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더 알아보니 가벼운 접촉으로도 흔하게 옮는다고는 하더라고요. 다행히 병원에 갔더니 한포진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연고 처방받았습니다.


그래도 손에 땀이 계속 나니... 여름엔 어쩔 수 없이 반쯤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밖에 나가도 뭔가 손에 잘 안 닿게 하려고 하고... 손에 물 닿는 일을 되도록 줄이고 살았죠. 주방세제, 바디워시, 샴푸, 세안제 등등 화학제품을 써야 할 때는 라텍스 장갑을 꼈습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증상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수족냉증


여름이 끝나면서 한포진이 가고 나니, 겨울이 다가오며 수족냉증이 찾아왔습니다. 손발에 땀은 안 나는데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플 정도로 심한 수족냉증이 찾아왔습니다. 한포진은 그냥 보기에 안 좋은 정도였는데, 수족냉증은 아프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릴 때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소리겠죠? 아마도 술이 나쁜 영향만 있었던 건 아닌 거 같습니다. 크크크 그렇다고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뭐~! 하나가 좋아지면, 하나가 나빠지는 것... 이게 당연한 이치겠죠? 오늘 한낮에도 선선한 날씨이길래. 엄마랑 의정부 제일 시장에 빵을 사러 갔다 오면서 이런 얘기를 했네요.


"항상 이런 날씨에서 살면 살기 참 좋을 텐데..."


"그러면 농사가 안되지 않을까요? 몽골이 항상 이런 가을 날씨 같을 건데... 거기는 농사도 못 짓고 유목생활하잖아요?"


"그런가? 그렇네... 그것도 그럴 수 있겠다."


"아~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거예요. 선선한 날씨 때문에 식물들 생육이 늦어서 풀도 몇 년에 한 번 겨우 자라서 유목생활을 한다고 어디서 읽은 것 같긴 한데..."


"그래? 진짜야? 몽골이 진짜 농사가 안 된데?"


"정확한 건 모르겠고... 전에 무슨 소설에서 읽었는데... 몽골에서는 땅 위에 서서 눈으로 거대한 원을 그릴 수 있다는 표현을 했더라고요. 그만큼 시선에 걸리는 것 없이 광활하고, 산도 없고, 숲도 없고, 언덕도 없고, 편평한 초원지대만 끝없이 펼쳐진다는 얘기겠죠? 이런 가을 날씨만 계속되면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요?"


그렇죠? 항상 좋은 일만 있지 않은 것처럼...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일장일단! 그 말이 맞겠죠?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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