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화의 난방

난방의 방식 (마지막)

by 철없는박영감
말로 데우는 기술


우리는 말을 합니다. 춥지 않게, 쓸쓸하지 않게, 기운 빠지지 않게. 하지만 말은 때로는 너무 뜨겁고,

때로는 너무 차갑습니다. 말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재미없는 개그를 '썰렁하다'라고 표현할까요.


대화의 온도조절은 거리로 가능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 데고, 너무 멀면 차갑게 단절됩니다. 그 사이의 온도, 그 ‘뜨뜻미지근’한 거리는 무관심? 퉁명스러운 말투?로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네 뭐 어쩌라는 거야라는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다만 적절한 거리감 찾기는 매우 어려우면서 동시에 우리를 살리는 관건입니다.


대화는 난방입니다. 말로 데우고, 말로 식히고, 말로 숨 쉬는 기술. 어떤 말은 이불 같고, 어떤 말은 창문 같고, 어떤 말은 보일러 같죠. 이불 같은 말은 감싸주고, 창문 같은 말은 환기시키고, 보일러 같은 말은 중심을 데웁니다.


우리는 종종 '말을 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말로 따뜻해져야 한다'는 게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대화가 꼭 입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온몸이 대화의 도구이고, 문장과 글 같이 내 몸을 벗어난 것들도 도구가 됩니다.


지금까지의 난방은 기술이었고, 태도였고, 철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화라는 관계의 온기로 완성됩니다.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말로 조금 더 데우고, 말로 조금 더 나누고, 말로 조금 더 함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말은, 가장 오래 남는 난방이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