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의 방식 (9)
태양을 향한 건축적 본능
우리, 그러니까 인간의 난방은 아직은 밀폐된 공간에 한정됩니다. 보일러, 전기장판, 온수기, 단열재... 모두 내부를 데우는 기술이죠. 난방 공간이 점점 커지고는 있지만, 따뜻함의 원천은 언제나 바깥에 있었습니다. 지구 전체를 데우는 태양. 그 태양을 향한 방향. ‘남향’. 네, 바로 그것이지요. 남향은 기술이 아닙니다. 본능입니다.
태양을 향해 집을 짓고, 햇살을 받아들이는 구조. 그건 단순한 채광이 아니라 자연과의 합의입니다. '나는 따뜻함을 원하지만, 그 따뜻함을 빼앗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듯, 남향은 기다림의 기술입니다.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햇살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그 빛이 방 안을 데우기를 기다리는 것. 그건 시간을 데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즉각적인 온기가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온기.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데우고, 더 강하게 데우고, 더 깊게 밀폐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남향은 말합니다.
덜 닫고, 더 열어라. 덜 켜고, 더 기다려라.
기술의 발전이라고 말하지만, 요즘은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저는 사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빨리’ 비싼 땅에,
‘빨리’ 비싼 집을 많이 지어서,
‘빨리’ 비싸게 팔려는...
‘빨리’라는 시간의 합리성으로 강요된 비효율적인 주거환경이라고요. 정남향이 없습니다. 남동, 남서... 살짝 비켜 있지요. 다 같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위해 비싼 자재를 씁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비전문가의 지나친 비약일까요? 어쨌든 남향은, 기술이 아닌 태도의 영역으로 남겨놓지요.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햇살이 드는 방향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