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반응 관찰기
강아지는 아기를 알아볼까?
-현실 반응 관찰기-
동물들이 사람 아기를 알아볼까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많은 증거 자료들이 있다. 그리고 난 오늘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나에게 벌써 조카가 생겼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조카가 생겼다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며, 조카를 보고 있으니
문득 우리 집 강아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신생아와 댕댕이의 첫 만남, 그 결과는?!
자, 아기는 처음이지?
똥개 3마리와 신생아의 첫 만남,
그 첫 번째 타자는? 막내 쪼꼬미
우선 막내 꼬미는 별 반응이 없다. 본인이 이 집 막내인데 새로운 라이벌이 생긴 것이 맘에 썩 들지 않는지? 막내 타이틀을 뺏겨버렸다.
쪼꼬미 이놈은 최근에 살도 쪘다. 요새 사는 게 편한지, 얼굴도 피고 살도 찐다. 살이 쪘는데도 본인만의 기술이 있는지 울타리 사이로 잘도 빠져나온다. 그에게는 쇼생크탈출견이란 별칭을 지어줬다. 탈출을 너무 잘한다. 장난꾸러기가 된 쪼꼬미. 소파도 뜯고, 스피커도 뜯고 한눈팔면 다 뜯어버리는 사고뭉치다.
관찰 결과, 쪼꼬미는 확실히 막내(아직 1살)라 그런지 아기를 잘 모른다. 본인도 아기라고 어필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머릿속이 텅텅 빈 듯한 쪼꼬미. 그에게 하루란 그저 흙장난, 형들 괴롭히기로 가득 차있는 듯하다.
결론: 아직 본인도 1년을 안 살아서 사람 아기를 못 알아보는 듯함.
두 번째 타자는? 첫째 이공
이공이는 이 집의 장남이자 맏형이다. 그런데 맏형 노릇은 안 하고 넘치는 사료를 지키질 않나? 간식도 자기가 꼭 하나 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놀부심보견이다.
그런데 이공이는 희한하게 새끼들을 좋아한다. 금동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나, 새끼고양이 토리가 왔었을 때처럼. 새끼만 보면 입을 쭉 째고 헤벌레~ 표정으로 웃는다. 바보 같다.
과연 이런 이공이가 사람 아기에게는 어떤지 좀 궁금했다.
시크가이 이공이는 사람 아기한테는 의외로 별 반응이 없었다. 잠시 신기해하며 킁킁거리더니 곧 관심을 잃었다.
이공이는 올해 4살인데, 강아지가 3살을 넘기면 아주 의젓해진다. 세상에 큰 관심이 없어지고(대충 하루가 돌아가는 루틴을 안다) 무덤덤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신생아를 봐도 본 둥 만 둥. 킁킁 끝-
결론: 마당개 3년을 넘기면 도를 닦는다. 무엇을 보든 시큰둥함.
아기를 너무 좋아하는 개가 있다?!
마지막 관찰견은? 둘째 금동이
금동이는 내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신생아를 보는 순간 초 흥분. 그 커다란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냄새 맡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렸다.
아련한 눈빛을 발사하는 금동이.
아기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 개가 있다니.
본인보다 더 작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충격 먹은 듯한 금동이. 왜 이리 작냐며, 한 번만 핥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뒷모습이다.
신생아를 바라보는 댕댕이의 표정.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이로써 나는 강아지도 사람 아기를 알아본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다만, 개들마다 성향 차이가 나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사람 아기인 것을 아는지 모두 조심스럽게 핥거나 바라봤다.
금동이의 케이스는 보고 있으면서도 놀라웠다.
저렇게 아기를 좋아하는 개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아기를 귀여워하는 금동이가 귀여웠던 순간.
아기와 댕댕이의 조합은 항상 옳다.
아기가 좀 더 크면 금동이를 귀찮게 할 수도 있지만,
금동이는 훌륭한 보모견으로서 잘 돌봐주리라 예상된다!
세상의 모든 보모견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