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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포 Jun 11. 2023

해외 주재원에 대한 이야기

즐거운 직장인(#11)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 주재원 파견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분

 - 주재원 파견을 앞두고 있는 분 & 가족

 -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분 & 가족


우선 필자는 작년 말까지 4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였으며,

금년도에는 본사에서 주재원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해외 주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주재원에 대한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 비해 주재원에 대한 인기는 많이 시들해졌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혜택으로, ‘임원이 되는 것, 해외 학위파견을 가는 것, 주재원을 가는 것‘을 꼽을 정도로 주재원에 대해 인기가 높았었다. 지금도 물론 주재원을 희망하는 뜨거운 젊은 피들이 있겠으나, 예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예전과 달리 주재원 가는 것을 꺼려하고, 가지 않으려는 직원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재원을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정리해 본다면, 대략 4가지 정도의 이유로 종합된다.


첫 번째는 맞벌이다. 배우자의 커리어를 위해서, 주재원을 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물론 기러기로 혼자만 가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는 자녀의 교육이 꼬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자녀 교육(국제학교 경험, 특례 혜택)을 위해 주재원 파견을 가지만, 반대로 애매한 시기에는 주재원 파견을 꺼린다. 가령, 특례조건도 맞지 않고 애매하게 국제학교 경험만 하여서 한국 입시에 적응할 수 없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자녀를 위해서 주재원 파견을 꺼려한다. (물론 기러기로 혼자만 가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는 본인의 커리어가 꼬이기 때문이다. 주재원은 군대로 비유해 보면 최전방에서 혹은 적진 한가운데에서 활약을 펼치는 역할이지만, 본사에 복귀할 때에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주재원을 주니어급으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직원들이 본사와 거리가 먼 현지에서 아무리 활약을 펼쳤었도, 본사에서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복귀할 때 본사에 갈 자리가 없어서 자리를 못 찾아가거나, 다시 해외로만 도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네 번째는 업무 강도이다. 주재원의 업무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재원은 본국과 현지의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고, 업무에 대한 난이도도 높다. 현지사원과의 갈등과 투서/제보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주재원 기간 중 징계를 받거나, 건강이 악화되어 좋지 않은 모습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




2. 그럼에도 주재원이 매력적인 점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주재원을 가지 않으려는 사유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재원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는 것은, 아직도 주재원이라는 신분이 주는 매력 포인트들이 있어서 이다. 주재원을 가려는 이유들을 정리해 본다면 다시 4가지 정도의 이유로 종합된다.


첫 번째는 처우가 좋다. 회사마다 주재원의 처우에 대하여 다르게 산정하기 때문에 주재원의 처우가 어떻게 좋은지를 공통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근무할 때보다는 처우가 좋다. 본국을 떠나 현지에서 생활하기 위한 생계수당, 급지수당, 본국 휴가비 등 부가급부가 발생하기에 주재원의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밑천을 마련할 수가 있으며, 주재원 기간 중에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가 있다. (물론 보편적으로 예전보다는 주재원들의 처우가 저하되고 있다.) 생활 스타일에 따라 주재원 파견 기간 중에 힘들게 돈을 모으는 부류와 골프, 여행, 소비 등으로 돈을 모두 탕진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류가 있다. 극단적인 부류들은 각각 복귀할 때 모두 후회를 하는데, 힘들게 돈을 모은 부류는 골프, 여행 등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못한 부분을 후회하고, 탕진족은 모은 돈이 없음에 후회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적절하게 모으고 누리며, 본인이 한 선택을 통해 얻은 부분에 만족해 하시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는 자녀 교육 측면이다. 교육 측면은 다시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값비싼 국제학교에서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자라면서도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주재원 근무의 빡센 강도도 참을 만할 때가 있다. 또 한 가지는 특례입학의 기회이다. 특례는 12년 특례와 3년 특례가 있는데, 보다 파워풀하여 서울의 명문대를 쉽게 갈 수 있는 12년 특례의 경우 초/중/고 모두를 해외에서 나와야 해서, 대부분 기업의 주재원 자녀에게 해당사항은 적다. 3년 특례의 경우는 대상자가 늘어나서 예전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국내의 입시 스트레스보다는 적은 스트레스로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3년 특례는 고등학교 1학년을 포함하여 3년간 해외에서 취학했어야 한다. 주재원 파견이 보통 4년인데, 사업적인 이슈 혹은 개인의 이슈 등 다양한 사유로 조기복귀 하게 될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조기복귀할 경우, 자녀와 배우자만 남아서 특례입학 자격을 채우고는 하였으나, 최근에 변경된 기준에 의하면 부모 모두 현지에 체류해야 하기에, 갑작스러운 복귀발령이 청천벽력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때 자녀들은 한국에 복귀하여 한국 대입을 뒤늦게 시작하여 반강제로 재수/삼수를 하게 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자녀를 위한 투자를 중시하는 분들은 해외로 대학을 보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심지어는 자녀의 대입특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페이퍼상 이혼을 하고, 와이프만 현지에서 취업조건을 갖추어서 남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기도 하였다.


세 번째는 직무 경험의 확장이다. 대부분의 주재원은 파견 이후에 본사에서 하던 업무 한 가지만 하지는 않는다. 대개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회사의 조직과 업무는 분할되어 있다. 반면 주재원을 모든 직무에 파견하지는 않기에, 파견된 주재원은 소위 말하는 ‘일당백’을 해야 한다. 이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강제로 급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군대에서의 유격훈련에 비유할 수 있을까? 지나고 나면, 주재원 시절에 경험한 업무경험은 돈주고도 사지 못할 값진 경험일 경우가 있다.


네 번째는 이문화 경험 및 언어학습이다. 이 부분은 해외생활에 대한 환상과 선호도를 가진 주재원 및 가족일 경우에 보다 Merit가 있는 부분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해외에서 생활해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주재원을 가게 된다면, 이미 어느 정도 Setting이 된 상황에서, 회사의 돈을 받으면서 해외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주재원 기간 중에 영어 혹은 현지언어를 익힐 수가 있다. 물론 본인이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4년의 시간이 흘러도 어학은 진보가 없다. 회사에는 대충 말해도 알아듣는 현지직원 혹은 통역직원이 있을 것이고,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어만 쓰고도 먹고사는 데에 전혀 지장 없이 살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주재원 가족의 실상


주재원 가족의 모습들을 언급해 보려고 한다. 물론 필자가 경험하고 지켜본 모습들이 모든 것은 아니며, 주관적으로 정리한 것이기에 참고만 하면 된다. 반대 의견이 있으시더라도, 필자는 저렇게 생각하였구나…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우선 주재원 배우자에 대해 경험하고 지켜본 바를 적어보려고 한다. 여성 주재원이 파견되고, 남성 배우자가 함께 해외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까지 대부분은 남성 주재원이 파견되고 여성 배우자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에, ‘주재원 와이프’라고 표현하겠다. 주재원 와이프는 두 번 운다고 한다. 주재원 파견되고 현지에 도착하여 한번 울고, 복귀를 앞두고 혹은 복귀 후에 한번 운다고 한다. 처음 남편을 따라 먼 타국에 와서는, 막막함과 외로움, 두려움과 불편함으로 인해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한국인 커뮤니티의 힘은 대단하다. 어느 지역에나 맘카페가 있고,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 한인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여 각종 동호회(골프, 배드민턴, 교회) 활동을 하는 부류가 있고, 초기 적응에는 한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지만, 너무 좁고 가까운 한인 커뮤니티에 부담을 느끼고 일부로 먼 지역에 살며 거리를 두는 부류가 있다. 가족과 지인을 만나지 못해서 외로운 점도 있지만, 시댁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을 때도 있다. 불편하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가정부를 두고 편안하게 살아서 여유로울 때도 있다. 이처럼 한국 생활과는 장단점이 극명한 주재원 와이프의 생활이지만, 대부분은 복귀 후에, ’그때가 정말 좋았지.‘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주재원 와이프‘가 꿈인 친구도 있다.  


주재원 자녀들은 학년에 따라 적응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대입 특례를 적극 활용한다면 고1을 끼고 3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초등학교를 해외에서 국제학교에 재학하여 보는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적응이 빠르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적응의 편차가 있고, 어학의 수준차이도 많다. 만약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국제학교에서 수학한다면, 광속도로 영어를 배우지만, 한국에 와서 광속도로 영어를 까먹는다. 그래서 귀국 후에 영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 리터니(해외 생활 후 복귀한 아이들을 ‘리터니’라고 부른다) 들이 다니는 비싼 영어학원에 다녀야 한다. 해외생활의 부적응, 국내 복귀 후에 부적응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아이들의 적응은 어른들의 적응보다 빠르고 순조롭기에, 생각하는 것보다는 걱정을 덜어도 된다. 입시결과와 무관하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수학하고, 영어를 배우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다. 특히 국제학교는 값비싼 비용만큼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다. (내 딸의 꿈은 국제학교 교장이다.)  


다음으로 주재원 가족의 모습을 보면, 주재원 파견 기간 중에 돈독해지는 가정과 관계가 멀어지는 가정이 있다. 우선 단신으로 파견 온 경우라면, 기러기로 4년의 시간을 보내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화상통화를 통해 만나기는 하겠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없기에 배우자와 자녀들과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음을 감수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파견된 경우에, 타지에서 서로 더 의지하고, 여행도 많이 하며 애틋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갈등과 충돌로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장소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는 주재원의 생활은 배우자에게도 다이나믹하다. 반면 주재원은 한국에 있으나, 해외에 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며, 또 회사의 스트레스로 인해 배우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어려움이 있는 데, 서로가 본인만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고 관계를 위해 노력한다면, 가족관계가 더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4. 주재원의 실상


본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인 주재원 삶의 실상은 참으로 다이나믹하다.


맡은 직무와 직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업무 강도는 본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빡세다. 본사의 높은 요구, 따라오지 않는 현지사원들, 소통의 문제들이 지속 발생한다. 본사에서는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본사의 시간에 화상회의를 하게 되고, 워라밸은 보장받지 못한다. 현지사원들은 시키는 업무만을 하고, 업무의 상황에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면, 주재원은 남겨진 시간에 남겨진 고민들과 씨름하게 된다.  


문화차이는 참으로 크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아무리 머릿속으로 되뇌어도 현지사원들의 반응은 틀린 것으로만 느껴질 때가 많다. 주재원은 직장에서 문화충돌의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될 때가 많다. 주재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며, 주재원에 대한 각종 제보성 투서를 받는다. 폭언, 폭력, 차별, 성추행, 비리 등 참으로 다양한 내용이며, 음모성 제보도 있으나, 사실로 밝혀져서 징계를 당하고 집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있다. 선발되어 파견된 주재원이, 파견 후에 왜 이런 문제에 휩싸이게 될까? 본사와 현지사원 사이에 ‘낀’ 입장으로서, 현지사원들을 이끌어가며, 본사의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재원의 고충은 쉽지 않다. 평생을 한국문화에서 자라온 한국인으로 한국의 문화가 Unique 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으며, 한국의 ‘수직문화’를 현지에서 그대로 적용하다가는 큰 코 당하기 십상이다. 문화차이에 대해서는 Erin Meyer저서의 컬처맵(Cuture map)이라는 책을 적극 추천한다. 현지의 사람들이 왜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배경인 문화차이를 매우 잘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문화차이에 대한 분석이 담긴 책, 주재원 파견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직무의 확장, 문화차이 등으로 인해 주재원의 스트레스 지수는 매우 높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가방에 성경과 불경을 넣고 다녔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고객과의 만남, 본사 출장자 응대 등으로 주재원의 술자리도 꽤나 많다. 그러나 스트레스 관리를 음주로 하다 보면 몸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여행, 음악, 수면, 과식, 과음 등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를 추천한다.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건강해지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재원 중에는 골프를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에 비해 쉽고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수영과 달리기를 주로 하였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해 새벽에 잠이 깨면 일어나서 공원을 달렸다. 음악을 들으며,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공원을 달리고 나면 또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해외 주재원을 가려는 이유, 가지 않으려는 이유, 주재원 및 가족의 실상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여 보았다. 주재원 파견을 고민하는 분들 혹은 현재 주재원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주재원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주재원 하기 좋은 국가는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이다. 인도나 브라질 등은 치안과 어려움이 있고, 미국과 유럽은 현지사원들은 칼퇴하고 본인만 남아서 일하게 된다. 물론 가족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좋다.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마치 군대를 제대한 심정이었다. 한국에 복귀하고 나니, 4년의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마치 꿈만 같이 느껴진다. 만일 나에게 다시 주재원 파견을 가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마 한국에서 바로 임원을 시켜준다면 모를까, 아마 다시 간다고 하지 않을까? 도전정신을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나는 아직 젊은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도록, 후회보다는 노력을 통해, 긍정적으로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고 실현해 나가기를 바란다.


중국 수향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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