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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포 May 16. 2023

모소대나무의 성장 이야기

즐거운 직장인(#9)


‘모소 대나무’ 이야기. 어쩌면 이미 들어 본, 아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중국 극동지방의 희귀종인 모소 대나무는, 첫 4년 동안은 3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5년째 죽순이 올라오고 나면, 자랄 것 같지 않은 모소대나무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하루에 30cm 이상 자라기 시작해서, 불과 6주 만에 15m 이상의 높이까지 자란다고 한다. 모소 대나무의 성장 비결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던 첫 4년 동안에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며, 자양분을 축적하였기 때문이다.


출처 : 구글이미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 4년 = 도합 14년, 그리고 어쩌면 석사 2년, 어학연수 1년을 합치면, 총 14~17년의 교육의 시간을 거쳐서, 우리는 대졸 신입사원이 된다. 그러나 사회에 막 나온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회사의 선배들이 보기에 이들은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씨앗일 뿐, 아직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가 자라나려면 한참 멀었다.


신입사원은 입사 후 3년 내에 다양한 이유로 이직을 하는데, 그중에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부분도 한 축을 차지한다. 사실, ‘내가 이러려고 그동안 그 많은 공부를 했던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스러울 정도로,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하는 일은 팀 내의 기초적인 일, 단순한 일이다.


그 시기에 ‘어떻게 내공을 쌓는가’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공(内功)은 모소대나무의 뿌리처럼 안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 Slow and steady, 꾸준히 내공을 축적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공을 펼쳐 보일 기회가 온다. 잠재력이 발현되어 가시화되는 그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때 비로소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을 것이다.



#. 입사단계


인사팀장으로서 면접관의 입장에서 입사 면접을 하다 보면, 입사 지원 목적이 ‘잘 나가는 회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하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러나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는 학원도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미 준비된 사람이 빠르게 적응하여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경력 면접에서 위와 같은 본인 관점에서의 지원동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력사원을 뽑는 포지션에서의 역할은 이미 정의되어 있고, 회사는 채용될 인원이 얼마나 그 역할에 적합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신입사원은 조금 다르다. 20년에 육박하는 교육의 시간 동안 배운 것들이, 구체적인 회사 업무에 바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부분의 면접관들이 이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잠재력을 주로 본다. 잠재력을 판단하기 위해 과거 학창 시절의 경험과 성공담을 들어보고, 성향을 파악하고자 한다. 회사의 문화와 맞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주로 판단한다. 따라서, ‘성장’을 위한 포부를 밝히는 것은 신입사원 입사 면접에서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포부는 ‘지향점’이 되어서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스스로 완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한 key word를 가지자. 나의 경우는 '중국'과 'HR'이었다. 나는 중국전문가, 인사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하였었으며, 지금 그렇게 가는 궤도에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중국’이라는 키워드가 ‘Global’이라는 키워드로 조금 확장되어 가고 있지만.




#.  온보딩(on-boarding)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빨리 적응하여,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젊은 두뇌를 가진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흡수하듯이 받아들이기에, 교육의 효과가 높다. 그동안의 대학에서 배운 Broad 한 교육이 아닌, 업무에 맞는 실전 교육은 신입사원의 성장에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한 육성’이다. 대부분 신입사원은 멘토(혹은 사수)에게 일을 배운다. 그래서 초기에 어떤 멘토(사수)를 만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리더를 만나는지도 중요하다.


다만, 본인의 마음에 꼭 맞는 멘토, 꼭 맞는 리더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일 것이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 ‘정말 저 사람에게는 배울 게 하나도 없어.’라는 사람에게는 ‘저 사람처럼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사단취장(捨短取長).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취하라는 뜻이다. 좋은 선배를 통하여, 그리고 때론 반면교사들을 통하여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제발, 시어머니 욕하던 며느리가, 똑같이 욕먹는 시어머니가 되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 Generalist vs. Specialist


신입으로 입사하여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지루함과 성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 ‘오래’라는 것은 조직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본사 조직일수록 업무가 더 세분화되어 있다. 그래서 체계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업무를 배우며 Specialist가 될 수는 있지만, 업무의 Scope가 매우 적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가면, 업무의 심도는 얕지만 범위는 넓어서 금세 Generalist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업무를 3~4년 정도 하면, 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 1년은 업무를 배우는 단계, 다음 1년은 혼자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 다음 1년~2년은 업무를 개선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단계이다. 회사 입장(조직장의 입장)으로는 이미 잘하는 사람이 그 업무를 계속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3~4년의 시간을 버틴 사원은 슬슬 직무이동을 희망하게 된다. 여기서 직무 이동은 어느 정도 ‘연결’ 될 수 있는 것이 좋다.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생뚱맞은 직무이동은 새로운 시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익숙한 업무만 계속 수행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익숙한 업무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깊이를 확보했으니, 넓이도 챙겨야 할 시간이다. 심연을 넓혀야 한다. 깊게, 넓게, 또 깊게, 또 넓게 파고들어 가야 뿌리가 커지며, 기둥도 두꺼워지면서 풍성한 나무로 자랄 수 있다.




#. 회사의 교육기회 제공은 ‘복리후생’ or ‘투자‘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는 돈을 내고 다니는 장소가 아니라, 가치를 제공하여 돈을 받으러 다니는 장소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매우 감사한 노릇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복리후생’에 포함하여 소개하며 자랑한다. 그러나 교육기회 제공은 ‘복리후생’ 보다는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학위파견’ 과정의 경우, 많은 회사에서 복리후생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00 부장, 그동안 고생했으니, 해외 MBA과정에 지원해 보게"라는 식의 접근을 하게 되고, 00 부장은 생각지도 않던 해외 학위파견 과정에 다녀오게 되지만, 늦은 나이에 수동적으로 참가한 교육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 육성의 설계는 스스로 하는 것


상명하복의 문화가 깊이 뿌리 박힌 한국의 회사에서, 육성의 영역도 본인이 아닌 상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대가 변하며 나아지고 있지만, 내가 처음 만났던 팀장님은 ‘나를 따르라’ 스타일의 리더십을 가진 분이었다. 나의 성장과 육성도,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라는 팀장님의 지시에 의해 좌지우지되었으며, 심지어 회사 업무와 연관된 자격증을 따는 것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리더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모와 학원 강사(혹은 과외 선생님)에 의해 설계된 육성 프로그램으로 대학에 진학한 이들이, 회사에서도 리더와 멘토에 의해 수동적으로 육성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참가하라는 교육에 참가하지만, 자리만 지키고 앉아있지 영혼은 이미 그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기에, 교육의 효과는 매우 적다.


교육의 효과성은 ‘주동성’과 ‘적합한 타이밍’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해서 교육을 참가해야 하며, 적합한 타이밍에 교육을 받아야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을수록 교육의 효과가 높으며, 나이가 들 수록 교육의 효과가 줄어든다. 그러나 교육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이미 나이를 먹어 ‘지금 이 나이에 이러한 교육과정이 career에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남은 인생 중 가장 빠른 시기라는 사실 또한 기억하자.


교육은 나의 역량을 넓히거나 깊게 한다. 그리고 교육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교육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용(시간과 돈)을 들여서 성장을 위해 투자하자. ‘나’라는 주식에 자신감을 가지고 배팅해 보자.



교육에 대하여 나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교육 : 일을 통한 & 교육과정을 통한  

 - 교육 : Generalist & Specialist

 - 교육 : 투자 > 복리후생

 - 교육 : 능동성 > 수동성

 - 교육 : ASAP, 그러나 지속적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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