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과 남편의 식사를 챙기는 일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매 끼니 영양을 생각하고, 반찬이 겹치지 않으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를 쏟는 일이다. 외식도 매일 할 수는 없고, 배달도 매일 할 수 없다. 또 마트에서 파는 밀키트나 사다 먹는 음식도 한계가 있다. 영양학적인 면을 생각하고, 번갈아 가면서 식단을 만들어 내는 일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매 끼니 무엇을 해 먹일지 고민하고, 저녁이 끝나면 그다음 날 아침까지 챙겨 놓아야 바쁜 아침에 일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하면서 에너지만 쓰다 보면, 번아웃이 오기 딱 좋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면서 나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엄마카세 요리를 남겨보려 한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고, 평범한 저녁이지만, 그 속에 내 응원과 노력이 깃들어 있기에, 소중히 다루어 본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지난 주말 너무 열심히 놀았던 탓인지, 아이들이 아침부터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아침밥도 뜨는 둥 마는 둥이다. 요즘 급식도 맛없다며, 늘 배고파하는데 아침도 이렇게 조금 먹고 가면 배고플 텐데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안쓰러움을 제대로 느낄 여유조차 없이, 지각을 면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저녁밥상을 준비하는데, 아침에 제대로 못 먹은 얼굴들이 생각나 좋아하는 반찬 한 가지씩 만들었다.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두부와 불고기용 소고기를 꺼냈다. 두부는 반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은 얇게 잘라 튀기듯 굽는다. 작게 잘라서 구우면 한입에 쏙 들어가고 바삭바삭하게 구워져 식감이 좋다. 불고기용 소고기는 양념하지 않고,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두른 팬에 스테이크처럼 구워낸다. 고기가 얇아서 금방 구워지고, 살짝만 소금후추를 뿌리면 저민 스테이크맛이 난다. 소고기를 접시에 담고, 구워낸 두부를 소고기옆에 가니쉬처럼 곁들인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이 생각보다 조화롭다. 게다가 먹고 나면 든든해서 포만감이 오래간다.
여기에 생깻잎과 햇양파 장아찌를 함께 준비했다. 생깻잎에 장아찌 간장소스를 부어 만든 깻잎장아찌에 구운 소고기를 싸서 먹으면, 향긋한듯 상큼한 깻잎이 소고기를 부드럽게 안아주어, 고깃집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남편이 좋아하는 진미채 볶음, 내가 좋아하는 취나물과 고사리 그리고 온 가족이 좋아하는 멸치볶음을 식탁 위에 살포시 놓아 보았다.
드디어 엄마카세 오늘 식당이 준비를 끝냈다. 메인 자리에는 두부와 불고기 구이, 정여사(친정엄마의 애칭) 표 집된장찌개, 진미채와 멸치볶음 그리고 깻잎 장아찌까지 준비되었다. 맛있게 먹으며, 수고한 모두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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